"맥도날드는 햄버거의 맛이 아닌 우리 사회가 만들어 낸 하나의 이미지로 존재하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인터넷의 발달로 가상의 세계가 현실보다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다 보니 어쩌면 우리는 하나의 신기루와도 같은 곳에서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는 젊은 작가 김기라씨(35)는 "겉으로 보기에 완전하고 화려해 보이는 우리 사회의 이면에는 소비의 권력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많은 음모들이 펼쳐져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영국 골드스미스대학에서 수학한 김씨는 2007년 잉글랜드 노퍽 카운티 킹스린아트센터에서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초대전을 열어 유럽 화단에서 주목을 받았다.

다음 달 18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수퍼 메가 팩토리'.현대 사회라는 초대형 공장에서 만들어낸 각종 이데올로기와 권력의 상징물들을 재치있게 비틀고 패러디한 드로잉,회화,조각,영상 설치 작품 60여점이 출품됐다.

작가는 자본주의 권력 구조와 가치,그리고 그것에서 파생된 다양한 이미지의 차용과 패러디를 통해 현대 소비 문화의 허상과 위선을 들춰내는 데 작업의 초점을 맞춘다.

"코카콜라와 같은 다국적 기업의 브랜드나 로고 이미지는 하나의 물리적 지시 대상인 동시에 환상과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로 하여금 치아와 위장이 공격당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콜라 값만 지불하면 당장 파라다이스를 경험할 수 있다는 환상을 믿게 만들거든요. "

그는 "우리는 바바라 크루거가 자신의 작품에서 '나는 소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지적한 것처럼 이 거대한 사회에서는 욕망도 가치도 하나의 소비 대상으로 전락해 버렸다"고 꼬집었다.

"슈퍼맨,배트맨 등의 TV 매체를 통해 만들어진 영웅의 이미지나 히틀러와 같은 권력의 지배층을 회화,조각 작품으로 풍자해 봤어요. 빠르게 산업화 사회로 진입했지만 그 속에서 미시적으로는 개인의 희생이 강요됐음을 이야기하고 싶었거든요. "

그는 "괴물처럼 변형된 영웅 슈퍼맨을 비롯해 눈에 피멍이 든 엘리자베스 여왕과 히틀러,코가 휜 피노키오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당연한 것으로 믿고 있는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유도하면서 적잖은 신선함과 재미를 선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02)735-8449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