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추석 경기] "설때 못한 선물 이번엔…" 고가 정육세트 물량대기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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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22일 오후 4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지하 1층 선물배송 접수 창구.20석 남짓한 대기좌석에 빈 자리가 없을 만큼 고객들로 붐볐다. 작년 추석이나 올해 설 열흘 전에는 번호표가 필요없을 만큼 썰렁했던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차례를 기다리던 40대 주부 이주영씨는 "10만~15만원짜리 명품 사과 · 배 과일세트를 20개 정도 보낼 계획"이라며 "지난 설에 챙기지 못한 사촌들에게 보내려고 선물 수를 10개 정도 늘렸다"고 말했다.
#사례2.서울 구로동과 가리봉동 일대 배송 담당자인 이종무 현대택배 직장(54)은 집에서 아이스팩에 떡과 김밥,두유 등을 담아 나온다. 작년보다 닷새 일찍 배송 주문이 몰리면서 식사시간이 부족해 차안에서 점심 · 저녁을 때우기 위해서다. 그는 "작년 추석 시즌에는 하루 100상자를 배달했지만 이번 주 들어 하루 150상자 이상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통가,추석 대목 예감
추석 연휴(10월2~4일)를 열흘 앞둔 백화점,대형마트,홈쇼핑 등 유통가는 대목 기대로 부산하다. 아직 추석 대목 초반이지만 경기 한파로 명절 특수가 사라졌던 지난 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롯데 · 현대 · 신세계 · 갤러리아 등 주요 백화점의 추석 선물세트 예약 판매량은 작년보다 100%가량 늘었다. 지난 18일부터 시작된 매장 본판매도 나흘간 매출이 지난해 추석 시즌 같은 기간과 비교해 50% 이상 증가했다.
이마트 · 홈플러스 ·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의 추석 선물 매출도 52~111% 증가했고,GS홈쇼핑 옥션 등 주요 온라인 쇼핑업체들도 20~70%씩 증가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용우 롯데백화점 식품팀장은 "올해 추석이 예년보다 늦어 일찍 선물을 준비하는 고객이 많다"며 "초반 실적이 높게 나오는 측면은 있지만 경기가 확실히 좋아져 전체 매출이 20% 이상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큰손'들이 돌아왔다
유통업체들이 특히 '추석 특수'를 실감하는 것은 기업 등 '큰손' 고객들이 돌아왔다는 점이다. 장경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식품팀장은 "평소 명절에 1000만원 정도 사던 한 VIP 고객이 지난 설에는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가 이번 추석에 다시 1000만원 이상 구매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설에 고객들에게 선물을 하지 않았던 인근 금융회사 점포들도 선물 단가를 작년보다 20~30%가량 높게 책정했다"며 "최근 주식 · 부동산이 살아난 영향이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구로점은 2~3명씩 짝지어 추석 선물을 고르는 중소기업 직원들로 붐볐다.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정밀기계부품 공장을 운영하는 이모 대표는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는 점을 크게 못 느끼지만 설보다는 훨씬 여유가 생겼다"며 "직원들에게 줄 추석 선물 예산을 작년보다 30% 정도 늘렸다"고 말했다.
◆택배물량 사상최대 예상
추석 연휴가 사흘로 짧은 데다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선물을 택배로 보내는 수요도 급증했다. 택배업계는 올 추석 시즌 선물 택배 물량이 작년보다 18.7% 늘어난 총 5760만상자로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택배 구로물류센터에서는 이날 하루 9만7000상자가 나가 평소보다(6만상자) 62%나 증가했다. 박병준 현대택배 과장은 "회사 전체로는 하루 물동량이 작년 추석 시즌(70만상자)보다 28.5%가량 늘어난 85만~90만상자를 기록해 앞으로 열흘간 총 900만상자가 넘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CJ택배도 지난 14일부터 이달 말까지 택배 물량을 총 1036만상자로 잡았다. 작년 추석 대비 35% 정도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박스 분류 인력도 작년 900명에서 1100명으로 증원했다. 택배 분류 담당직원은 "과일,참치나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류가 많다"며 "특히 값비싼 정육이 작년이나 올 설에 비해 늘어 경기가 풀리긴 풀린 것 같다"고 말했다.
송태형 · 최진석 · 강유현 기자/김유대 · 정은실 인턴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