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초부터 재판부와 사건 당사자가 인터넷을 통해 소송 관련 서류를 주고받는 '전자소송'이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법원에 서류를 산더미처럼 들고 갈 필요가 없는 '종이 없는 재판'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22일 법원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4월 대법원이 초안으로 제출한 전자소송법 제정안을 토대로 '민사소송 등에서 전자문서 등의 이용에 관한 법률' 제정에 들어가 10월께 법안을 최종 확정짓기로 했다.

오민석 대법원 민사정책심의관은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해 내년 1,2월쯤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경우 내년 3월부터 특허소송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허소송은 사실상 1심 기관인 특허청 산하 특허심판원에서 이미 전자소송 시스템을 갖춰 법원에서의 도입이 수월하다는 이유로 1순위가 됐다.

대법원은 특허소송에 이어 2011년까지 행정소송,민사소송,가사소송,민사집행소송 등 형사소송을 제외한 모든 소송에 전자소송을 적용할 계획이다. 형사소송은 법원 외에 검찰 등 타 기관에서도 전자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는 이유로 전자소송법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건 당사자나 대리인은 인터넷 전자소송 관리시스템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해 접속하면 전자소송의 편의를 누릴 수 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소장,준비서면,답변서,상소장 등을 비롯해 판결문과 명령문,기일 변경 결정문 등 소송 관련 모든 서류를 이메일을 통해 제출하거나 받아볼 수 있다. 이메일 파일 양식은 한글파일(HWP),아크로뱃 파일(PDF),워드파일(DOC) 등으로 대법원 규칙을 통해 정해진다.

전자소송이 시작되면 재판 기간이 1~2개월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은 건당 3000원 정도인 송달료도 받지 않거나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법원의 기록관리비용과 복사비용 등도 절감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인터넷을 이용하기 어려운 소송 당사자들은 기존의 우편송달 방법을 이용할 수 있으며 종이문서를 스캔해 전자문서로 등록할 수도 있다. 오 심의관은 "전자소송이 뿌리내리는 2014년께부터 연간 수백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미국의 경우 일부 주에서 전자소송을 진행 중이며 싱가포르는 소송 관련 서류의 84%가량을 전자문서로 처리하고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