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2일 남북통일에 관한 소신과 철학을 분명히 밝혔다. 유엔총회와 G20금융정상회의 등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이날 미국외교협회(CFR),코리아소사이어티(KS) · 아시아소사이어티(AS) 공동 주최 오찬 간담회에서 "북한의 경제상황이 좋아져야 통일을 생각할 수 있다"고 못박았다. "북한과의 통일이 중요하긴 하지만 통일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한이 화평하게 지내는 것,그리고 북한의 경제적 상황이 더 향상되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격차 벌어지면 통일 힘들어

이 대통령은 남북한 경제 격차가 너무 벌어진 상황에 대해서는 통일이 힘든 만큼 북한의 경제력을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다. 그러기 위해선 북한의 핵폐기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남북간 경제) 격차가 너무 벌어져 (통일이) 힘들다"며 "그래서 우리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지원하려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핵폐기라는 최종 목표에 합의하고 가시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정치 · 경제적 대가를 제공하겠다는 이른바 '북핵 일괄타결'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남북한이 양쪽에서 쓰고 있는 국방비를 절약할 수 있으면 한반도 남북한 국민들의 삶의 질이 굉장히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북한은 2005년 '9 · 19 협의' 이후 6자회담 과정에서 농축우라늄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으나 지난달 (농축우라늄을) 보유 및 개발하고 있다고 스스로 얘기했다"며 "아직 알 수 없지만 최악의 상황을 놓고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이) 다른 위험한 국가들과 거래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인권상황도 논의해야

이 대통령은 북한의 인권 상황도 거론했다. 다만 핵 문제가 해결되면 다른 문제는 따라서 쉽게 풀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이 대통령은 글로벌 경제위기와 관련,"지금은 극복하는 과정이지만 위기가 끝난 이후에 세계가 글로벌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며 "지나친 불균형(imbalance)이 됐을 때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G20,국제통화기금(IMF) 등을 통해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G20 정상회의가) 내년 중 한국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에서 열릴 때쯤 경제위기를 벗어날 시점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