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 담당 사장(사진)은 내실을 중시하는 경영자다. 화려한 삼성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거의 은둔에 가까울 정도로 외부 접촉을 꺼려왔다. 그런 권 사장이 반도체사업 사령탑을 맡은 지 8개월여 만에 대만 타이베이에서 내외신 기자들과 첫 공식 간담회를 가졌다. 여전히 보수적이고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지만 불투명한 반도체 경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기술 리더십을 확고히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향후 역할을 묻는 질문에는 "지금 삼성전자가 거두고 있는 성과는 이 전 회장이 마련해놓은 중장기 전략의 산물"이라며 "삼성뿐만 아니라 국가경제를 위해서라도 이 전 회장의 지혜와 경험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경기가 나빠 무척 힘든 시기를 보냈는데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나.


"그동안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해왔다. 초기엔 어려움이 없지 않았지만 내부 역량이 고조되고 외부 여건도 호전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단계다. "

반도체 신규투자가 부진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반도체 부문의 투자가 반드시 신규라인을 짓는 것이라는 얘기에는 동의할 수 없다. 삼성은 설비투자가 없는 시기에도 연구 · 개발(R&D) 투자는 꾸준히 해왔다. 기술투자를 통해 신규라인 건설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생산성을 확보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

최근 DDR3 주문이 폭주하고 있는데 설비증설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


"세계경기가 급속하게 호전되면서 공급이 달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수급 불균형 해소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공급부족현상은 빠른 시일내 해소될 것이다. 삼성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켜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가동을 중단한 화성의 10라인(200㎜ 웨이퍼)을 300㎜ 라인으로 전용할 방침이다. "

3분기 이후 반도체 경기를 어떻게 보나.

"반도체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된 것은 맞지만 앞날은 점치기가 조심스럽다. 세트 업체들의 재고 소진과정도 살펴봐야 한다. 종합적으로 10월 추수감사절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

모바일 CPU 시장에서 인텔 등 해외 경쟁사들과의 격돌이 예상되는데.

"상당히 버거운 경쟁사들이 버티고 있지만 삼성은 다양한 제품군과 뛰어난 제조기술을 갖고 있다. 고객들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도 세계적인 수준이어서 미리 겁먹을 것은 없다고 본다. "

하이닉스반도체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데,인수 의향이 있나.

"오늘 이 자리에서 답변하기는 적절치 않다. 대답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