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700선에 안착했지만 주가수익비율(PER) 측면에서는 아직 부담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한국 상장사들의 실적 개선 속도가 최상위권에 속하기 때문이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기업 실적 조사기관인 IBES가 지난 18일 종가 기준으로 전 세계 주요 증시의 PER(향후 12개월 예상 실적 기준)를 집계한 결과 한국 증시는 1개월 전과 동일한 11.6배로 추정됐다. 선진국(15.1배)은 물론 이머징(13.1배)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일본(23.7배) 대만(19.8배) 홍콩(17.2배) 중국(14.0배) 등 아시아 대부분 증시는 PER 기준으로 한국보다 고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기준으로 한국 증시의 PER는 지난 7월 11.8배에서 점진적으로 하락 중이다. 7월 이후 지수는 300포인트 이상 뛰어올랐지만 실적 추정치도 함께 늘어 PER는 오히려 떨어져 주가상승 부담이 크지 않다는 뜻이다.

기업 이익 추이를 나타내는 향후 12개월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전망치는 18일 현재 36.1%로 1개월 전에 추정했던 수치(36.4%)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올 하반기 들어 한국 기업들의 EPS 증가율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7월 중순 이후 외국인 매수세가 강화되면서 지수가 급상승한 배경에는 이 같은 이익 증가 기대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IBES에 따르면 MSCI 기준으로 한국 기업의 EPS는 3개월 전에 비해 평균 18.5% 상향 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에서는 최고 수준으로 대만(16.6%) 홍콩(7.9%) 중국(7.8%) 일본(7.3%) 등을 모두 앞섰다. 아르헨티나만 20.7%로 유일하게 한국을 앞질렀다.

1개월 전에 비해서도 한국의 EPS는 3.0% 증가해 일본(4.0%) 대만(3.2%) 등과 함께 상위권에 올랐다.

이인구 대우증권 연구원은 "한국 상장사들의 이익 증가 속도는 전 세계 주요 증시에서 가장 빠른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이익 모멘텀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