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동남권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올초부터 입주가 이뤄지고 있는 판교신도시다. 가격 상승세가 가장 가파른 데다 물량도 많아 인근의 분당과 용인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셋값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관심이다.

판교지역의 베스트공인중개사들은 판교가 입주한 지난 2월13일 이후 매주 매매가가 바뀔 만큼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분양가에서 거의 오르지 않고 있던 판교 아파트값이 6개월 남짓한 기간 중 2배 가까이 올랐다. 분양가가 4억원대 중반이었던 분양면적 142㎡의 경우 현재 8억30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분양면적 109㎡ 역시 분양가 대비 4억원 정도 올랐다. 이같이 판교의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인접한 분당 이매동의 아파트들도 덩달아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입주 초기만 해도 녹지가 풍부한 서판교보다 분당에 인접해 편리한 동판교의 매매가와 호가가 높았으나 쾌적한 서판교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최근에는 집값이 비슷해졌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도 최근에는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의 영향으로 한풀 꺾인 상황이다. 문옥인 판교대호공인 대표는 "입주 초기만 해도 손님이 하루에 50명 이상 다녀갔는데 최근에는 3~4명을 보기도 쉽지 않다"면서 "대출에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을 하는 데도 손님들이 잘 납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규제강화 움직임에 수요자들이 겁을 먹은 듯하다"고 덧붙였다.

베스트공인중개사들은 판교지역 아파트의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테크윈을 비롯해 벤처 · IT기업이 대거 들어오는 테크노밸리가 내년 초 문을 여는 데다 2011년에는 신분당선 판교역이 동판교 중심부에 개통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테크노밸리 입주로 전셋값이 오를 것으로 보이고,판교역이 개통되면 인근의 '풍성 신미주''이지 더원' 등의 단지가 각광받을 전망이다.

다만 중대형보다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구성됐다는 점이 판교의 한계다. 문 대표는 "판교에는 서울 강남권이나 분당에서 옮겨오려는 수요자가 많은데 넓은 아파트가 적다 보니 집을 보러왔다가 실망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대형건설사보다는 대부분 중소형건설사가 시공을 맡아 아파트의 '브랜드 파워'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