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면 외상에 의한 뇌세포 손상을 막아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22일 영국 BBC인터넷판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세더스-시나이 메디컬센터의 알리 살림 박사는 뇌 외상을 당했을 때 취중 상태에 있던 사람은 대개 뇌 외상 정도가 심하지 않고, 뇌 외상으로 인한 사망률도 비교적 낮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살림 박사는 지난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보통의 뇌 외상을 입은 환자부터 심한 뇌 외상을 입은 환자까지 약 3만8000여 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이 가운데에서 38%는 병원에 실려왔을 당시 이미 술에 취한 상태였다.

연구 결과, 술을 마신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외상 정도가 덜했으며 인공호흡 장치에 연결돼있는 시간과 중환자실 이용시간도 짧았다.

또 뇌 외상에 의한 사망률도 술을 마신 환자가 평균 7.7%로, 그렇지 않은 환자의 9.7%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살림 박사는 "알코올이 부종, 염증, 추가적 뇌세포 손상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연쇄반응인 2차적 뇌손상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술을 아주 적게 마신 경우에는 관련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또 너무 많이 마신 사람은 합병증으로 인해 관련 효과가 상쇄돼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는 뇌 외상 환자에게 에탄올(알코올)을 투여하면 경과가 호전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알코올이 뇌 외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것으로는 최대규모로 평가되고 있는 이 연구논문은 미국의 외과학전문지 '외과학 기록(Archives of Surgery)' 최신호에 게재됐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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