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년만에 1100원대로 떨어졌다.

9월 들어서만 36.8원이나 급락하면서 환율 하락 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외환전문가들은 대체로 원달러 환율 하락 추세를 "국내외 증시 등 시장상황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 앞으로도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국내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국내 수출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달러 환율 1100원대 진입…"시장상황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11시 8분 현재 전날보다 7.9원이 하락한 1195.9원을 기록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로 진입한 것은 지난해 10월 1일 1187.0원(종가 기준) 이후 약 1년 만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9월 들어서만 36.8원이나 급락했다.

9월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락한 것은 세계 경기가 회복 국면에 진입하면서 위험 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돼 뉴욕증시 등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글로벌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미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 약세를 나타내 1.4788달러까지 상승했다.

여기에 국내 시장 상황도 환율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국내 역시 각종 지표들이 개선되고 본격적인 경기 회복국면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연일 순매수를 기록하며 최근 한달동안 6조원에 가까운 달러 유입시키고 있으며 경상수지 흑자 기조 유지, 은행· 공기업들의 잇단 해외 차입 등으로 시장에 공급되는 달러가 크게 늘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 은 "현재 환율 하락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판단되며 완만한 하향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국제수지, 주식시장 등을 봤을 때 현재보다 더 빨리 1100원대로 들어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하반기 평균이 1208원, 내년에는 1140원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현석원 금융경제실장은 "환율 하락세는 지속되겠지만 적어도 경상수지 흑자 축소 등으로 인해 환율 하락 속도는 둔화될 것"이라며 "지난해 이후 처음으로 1100원대에 들어 이슈가 되겠지만 급락현상은 보이지 않고 완만하게 하락하면서 연말 1100원대 후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실장은 올해 연평균 환율은 1280원으로 예상했다.

◆원화가치 상승으로 국제수지 악화 불가피
그렇지만 환율 하락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우선 환율 하락으로 우리나라 국제수지 악화는 피할 수 없다는 것.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그 동안 경기 침체, 환율 상승으로 수입 감소율이 수출 감소율을 웃돌면서 무역수지(수출-수입) 흑자가 났었지만 앞으로 환율 하락에 따라 흑자 폭이 줄거나 자칫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국제수지 수급 상황이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에 좀더 힘들어지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환율이 내려가면 외국에서 팔리는 한국산 제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지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에 들어오는 수입품 값은 낮추는 효과를 낸다. 원화 절상 추세는 기록적 흑자 행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인식될 수 있다.

올 1월부터 9월 20일까지 우리나라 누적 무역흑자는 277억6700만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관세청은 이달 수출 증감률(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 8월보다 크게 호전된 -10~12%로 전망했다. 매월 30억 달러 안팎의 무역흑자가 날 것이란 기존 정부 전망도 '환율 하락'이라는 변수를 맞아 흔들리고 있다.

환율 움직임이 금융시장과 기업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금은 우리나라 원화 환율이 저평가돼 있다가 고평가 상태로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환차익을 노린 외국자금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면서도 "환율 하락이 마무리 되는 시점에 이르면 바로 중단될 수 있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기업 성격에 따른 실적 차별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기업은 실적 악화가 예상되겠지만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거나 내수에 집중하는 기업이라면 실적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며 대비를 주문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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