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22일 토요일 밤 청와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저로서도 어쩔 수 없네요(거부권 행사).국회에서 다시 3분의 2 찬성으로 통과시키면 되지 않겠습니까. " 김태호 지사는 경남도의 미래가 바뀔 수 있는 순간을 놓고 노 대통령과 전화 담판을 벌이고 있었다. 바로 동서남해안권발전특별법안이 죽느냐 사느냐가 달려 있었던 것.이 특별법은 그동안 온갖 규제에 묶여 있던 남해안을 개발할 수 있게 하는 근거법이었다. 국회를 어렵게 통과한 법은 대통령의 재가만 남겨 놓고 있었다.

당시 대통령 주변에는 환경론자들이 많아 대통령 재가에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었다. 김 지사는 대통령을 전화상에서 설득해야 했다. 김 지사는 당돌하게 "대통령 퇴임 후에 제가 앞장서서 경남도에 발도 못 붙이게 해야 하는 처지가 너무 슬픕니다"고 말했다. 난처해진 노 대통령은 "환경파괴가 심하다는 지적이 많고 해서 이번엔 도저히 안 되겠다"고 했다.

김 지사는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환경문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저를 믿으셔야죠.나라 망칠 짓 안 합니다. " 이렇게 옥신각신하기를 17분.노 대통령은 "제가 전화를 잘못했네요"라며 끊었다. 곧이어 참모로부터 "나중에 난개발 안 한다는 도지사들의 약속을 서면으로 보내라"고 조건부 통과를 제의해 왔다. 김 지사는 30분 만에 서약서를 모아 팩스로 청와대로 보냈다.

그로부터 5일 뒤인 12월27일.마침내 헌정사상 처음으로 지방정부가 주도해서 만든 특별법이 공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