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의 손모가지를 잘라야…." 김태호 지사의 부친(김규성 · 75)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물론 '이놈'은 김 지사였다. 김 지사는 중학교 시절까지 소 여물 자르는 작두로 15번 정도 끌려간 것 같다고 회고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소 여물 주는 일을 잊어버리자 "너는 공직에 절대 나가선 안 된다. 너같은 사람이 공직에 있으면 백성들이 굶는다"며 격노했다.

김 지사가 정치에 눈을 뜨게 된 것은 부친 덕이 컸다. 부친은 죽마고우이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오른팔이던 김동영 전 장관 집에서 김 지사가 정치 감각을 익히도록 했다. 김 지사의 정치 초년병 시절,보좌관을 지낸 이강두 전 의원은 부친의 고향 친구다.

김 지사가 정치인 최고의 덕목으로 꼽는 '겸손'도 부친의 유산이다. 평생 소장수로 지내며 인생의 밑바닥을 체험한 때문일까. "정말 어렵고 거지 같은 사람도 사람대접하셨다"는 것이 김 지사의 기억이다. 또 농사를 짓더라도 농약병의 영어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해서 거창농고에 진학했다. 부친을 빼고는 김 지사의 47년 삶이 설명이 안 되는 이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