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아메리칸 드림'은 한낱 신기루인 것일까. 그동안 성공의 꿈을 찾아 미국으로 몰려만 들던 외국인들이 최근 미국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미국 이민자는 38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으며,미국에서 일하는 해외 우수 인력들이 고국으로 돌아가는 '역이민'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이 같은 '엑소더스'는 경기침체에다 일자리마저 급감했기 때문이다.

◆일용직 인력시장선 8명 중 1명꼴만 고용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미 통계청의 인구통계 자료를 인용,지난해 미국에 거주하는 이민자는 약 3800만명으로 전년에 비해 10만명가량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 이민자 수가 줄어든 것은 비교가 가능한 1970년 이후 처음이다. 2000~2006년 매년 100만명씩 이민자가 늘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민자 수는 2007년 증가 폭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엔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특히 미국으로의 이민이 가장 많은 멕시코 출신 이민자 수가 급감,지난해 32만여명이 감소했다. 건설업을 비롯해 이주 노동자들을 많이 고용했던 업종이 경기침체로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워싱턴 소재 건설사인 아브도개발은 3년 전 경기가 좋았을 때에 비해 70%나 적은 인력만으로 운영하고 있다. 짐 아브도 사장은 "요즘은 건설현장에서 돈을 벌어 본국으로 송금하겠다는 생각으로 미국에 건너오는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할리우드 지역의 인력시장에선 요즘 8명 중 1명꼴로만 일감을 찾을 수 있는 실정이다. 전에는 대부분 멕시코 이민자들뿐이었지만 이제는 정규직에서 밀려난 미국인 노동자들도 이곳을 기웃거리고 있다. WSJ는 부시 행정부 시절부터 강화된 불법 이민 단속 강화도 미국 내 멕시코인들의 수를 줄이는 데 일조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는 미국인 전체에 영향을 미쳤지만 이민자들에겐 좀 더 가혹했다. 예를 들어 주택압류가 늘면서 미국인 전체 주택 소유 비율은 2007년 67.2%에서 지난해 66.6%로 0.6%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아시아계의 주택 소유 비율은 60.7%에서 59.4%로 1.3%포인트나 떨어졌다. 남미 출신자들의 주택 소유 비율은 49.9%에서 49.1%로 0.8%포인트 낮아졌다.

◆높아진 노동 장벽…두뇌유출 비상

과학 기술 분야의 고급 인력도 미국을 떠나 고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다. 이는 자칫 미국의 경쟁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USA투데이는 비베크 와다화 듀크대 교수의 연구보고서를 인용,앞으로 5년 이내 고급 두뇌들이 인도와 중국으로 각각 10만명씩 되돌아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와다화 교수는 "아직은 역이민이 초기 단계지만 어느 순간에 봇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급 인력의 유출은 경기침체 여파로 외국인들에 대한 노동장벽이 높아진 데다 중국과 인도 등이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인재를 적극 유치하고 있는 데 따른 현상이다. 이들 국가는 경제성장 속도가 빨라 그만큼 승진 기회가 많을 것이란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해외 우수 인력을 데려오기 위해 주택 금융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가 영주권 및 시민권 심사를 엄격하게 하고 있는 점도 이민자들을 내쫓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고급 기술을 가진 이민자 중 상당수는 영주권을 얻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불만이 크다. 미국에 진출한 유럽 소프트웨어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닐 듀타씨(37)는 2004년 시민권을 신청했지만 여전히 대기 중이다. 시민권이 없으면 승진을 하는 데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듀타씨는 고향인 인도로 돌아가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박성완 기자/뉴욕=이익원 특파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