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경주 황남동 155분에서 출토된 천마총 '천마도'(국보 제207호),조선 회화 가운데 연대가 가장 앞선 안견의 '몽유도원도'(일본 덴리대 도서관 소장),고려 금속공예품의 뛰어난 조형미와 제작 수법을 보여주는 은제도금주전자(미국 보스턴미술관 소장)….

보존 · 관리를 위해 관람이 제한돼 왔거나 국외에 소장돼 있어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던 국보 · 보물급 유물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오는 29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하는 100주년 특별전 '여민해락(與民偕樂)'이다. '여민해락'은 '백성과 함께 즐거움을 나눈다'는 뜻으로 1909년 11월1일 우리 역사상 최초로 대한제국 제실박물관이 일반에 공개된 것을 기념하는 뜻을 담고 있다.

11월8일까지 열리는 이번 특별전에는 제실박물관의 첫 수집품인 청자상감포도문주자승반과 간송미술관 소장 훈민정음 해례본 등 박물관의 역사와 관련된 유물 120여점과 좀처럼 보기 어려운 국보 · 보물급 유물 30여점 등 모두 150여점의 귀중한 문화가 나온다.

5~6세기에 그려진 '천마도'는 고구려 고분벽화를 제외하고는 유례가 없는 희귀 고대 회화자료로 보존 · 관리를 위해 특별 보관장에 모셔둔 채 관람을 제한해왔다. 1997년 보존처리특별전 때 잠깐 공개한 이후 12년의 나들이다. 현존 세계 최고 목판 인쇄물인 불국사 석가탑 무구정광다라니경도 1998년 보존처리 완료 기념으로 잠깐 전시한 이후 두 번째 전시다.

해외에서 빌려온 유물도 만날 수 있다. '몽유도원도'는 1986년과 1995년에 이어 세 번째로 고향을 찾았고,미국 보스턴미술관에서 빌려온 고려시대 '수월관음도'(14세기),'치성광여래왕림도'(14세기),은제도금 주자 및 승반(12세기),LA카운티박물관의 '오백나한도',컬럼비아대 도서관의 '자경전진작정례의궤''진찬의궤',도쿄 오쿠라슈코칸의 '건칠보상좌상' 등은 첫 귀환이다.

간송 전형필 선생이 1942년 기와집 11채값을 주고 샀다는 현전 유일의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제70호),1965년 한 · 일협정에 따라 일본에서 돌아온 한송사지 석조보살좌상(국보 제124호),갈색 철사안료를 이용해 병목에 기다란 끈을 한 가닥 묶어 아래로 비스듬히 흘러내린 백자철화수뉴문병(보물 제1060호),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생이 부상으로 받아 기증한 청동투구(보물 제904호) 등 국보 · 보물 55점도 모처럼 만날 수 있다. 다만 특별공개 전시품 가운데 일부는 유물 보존 및 소장처와 협약 때문에 특별전 기간 중 일부 동안에만 전시된다.

기념사업추진위는 또 100주년 기념일(11월1일)을 앞두고 다음 달 10일부터 전국 600여개 박물관 · 미술관이 참여하는 '박물관 대축전'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연다. 전국의 박물관 · 미술관은 물론 관련 산업체와 출판사 등이 홍보 · 체험부스를 설치해 관람객을 맞는다.

이어 11월1일에는 국립중앙박물관 거울못 옆에 청자로 기와를 이은 정자를 100주년 기념물로 세워 일반에 공개하고,100주년 고유제도 지낸다. 박물관 사상 처음으로 마련된 고조선실도 문을 연다. 지방국립박물관들도 이 시기에 맞춰 다양한 특별전을 열 예정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