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구 칼럼] 금융위기 1년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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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주범 월가 아직 정신 못차려, 경제회복속도 가능성 여전
'구제금융(BAILOUT):주택시장 거품의 북새통에 참여했지만 제때 빠져나오지 못한 자들에게 막대한 자본을 이전하는 희한한 과세기법'
'신용디폴트스와프(CDS):현대자본주의를 파괴한 복잡한 금융도구'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금융위기 1년을 맞아 빈번하게 사용되는 경제 · 금융 용어들을 재정의한 내용의 일부다. WSJ는 이 용어설명을 앰브로스 비어스라는 인물이 내놓았던 '악마의 사전'에 빗대 '악마의 사전:금융판'으로 이름 붙이면서 월가의 탐욕과 그로 인해 빚어진 경제현상들을 신랄하게 비꼬았다.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 이후 월가의 명성은 땅에 떨어졌다. 막대한 연봉과 보너스를 챙기며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소위 잘나가는 엘리트들이 하루아침에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그것도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으니 그 낭패감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사실 그들이 만들어낸 파생금융상품이란 따지고 보면 그렇게 열광적으로 반응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었다. 파생상품은 복잡한 구조를 가진 데다 종류도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한마디로 이야기하기엔 곤란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것을 설계한 측이 돈을 벌도록 만들어졌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애초부터 투자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뜻이다.
파생상품의 위험성은 ELS(주가연계증권)의 경우만 살펴봐도 쉽게 드러난다. 이 상품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20% 안팎의 고수익을 올린 경우도 많지만 원금의 절반 이상을 날린 케이스도 흔하다. 크게 벌거나 아니면 그보다 더 크게 잃거나 둘 중 하나다. 도박성이 대단히 짙다. 이런 파생상품들을 첨단 금융기법이란 이름으로 포장해 대유행시킨 결과가 바로 글로벌 금융위기다. 투자자들과 금융회사들이 그 속에 내포된 리스크를 감당해내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월가는 별로 변한 게 없는 모양이다. 고액의 연봉과 보너스 잔치가 계속돼 미국인들의 분노가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고 언론들은 전한다. 급기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월가를 공개비난하는 상황까지 초래됐다. 게다가 파생상품거래도 다시 살아나고 있고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법안들은 월가의 로비로 인해 아직도 의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는 이야기이고 보면 도대체 뭐가 달라지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다행히 한국경제는 파생상품에 무지했던 덕분에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피해가 덜 했고 회복 또한 빠르다. 지난해만 해도 수시로 위기설이 나돌았지만 지금은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서고 기업실적도 급격히 개선되는 등 세계적으로도 발군의 회복세를 구가하고 있다. 외환사정도 호전되고 외국인들의 주식 매수자금까지 밀려들면서 낙관 무드가 확산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낙관론은 아직 성급하다. 무엇보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이 걸림돌이다. 미 정부는 경제상황이 많이 나아졌다고 강조하지만 그것은 대규모로 돈이 풀린 탓이지 근본적 체질 개선이 이뤄진 때문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금융개혁이 아직 요원한 데다 위기의 또 다른 원인이었던 부동산 가격 또한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소비 부진도 여전해 미국이 세계경제를 떠받칠 만한 형편이 못 된다. 그렇다고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 만큼 성장한 것도 아니고 EU(유럽연합) 일본 등의 경제상황이 좋은 것도 아니다. 우리 경제를 먹여살리는 해외시장이 이러하다면 경기의 조기 활성화는 기대하기 쉽지 않다.
지금은 낙관무드에 젖을 때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 나타나고 있는 회복세가 재정지출과 환율효과에만 의존한 것은 아닌지, 해외 핫머니의 유입으로 회복세가 과대포장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경계하며 긴장감을 높여가야 할 때다.
수석논설위원 bklee@hankyung.com
'신용디폴트스와프(CDS):현대자본주의를 파괴한 복잡한 금융도구'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금융위기 1년을 맞아 빈번하게 사용되는 경제 · 금융 용어들을 재정의한 내용의 일부다. WSJ는 이 용어설명을 앰브로스 비어스라는 인물이 내놓았던 '악마의 사전'에 빗대 '악마의 사전:금융판'으로 이름 붙이면서 월가의 탐욕과 그로 인해 빚어진 경제현상들을 신랄하게 비꼬았다.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 이후 월가의 명성은 땅에 떨어졌다. 막대한 연봉과 보너스를 챙기며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소위 잘나가는 엘리트들이 하루아침에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그것도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으니 그 낭패감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사실 그들이 만들어낸 파생금융상품이란 따지고 보면 그렇게 열광적으로 반응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었다. 파생상품은 복잡한 구조를 가진 데다 종류도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한마디로 이야기하기엔 곤란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것을 설계한 측이 돈을 벌도록 만들어졌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애초부터 투자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뜻이다.
파생상품의 위험성은 ELS(주가연계증권)의 경우만 살펴봐도 쉽게 드러난다. 이 상품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20% 안팎의 고수익을 올린 경우도 많지만 원금의 절반 이상을 날린 케이스도 흔하다. 크게 벌거나 아니면 그보다 더 크게 잃거나 둘 중 하나다. 도박성이 대단히 짙다. 이런 파생상품들을 첨단 금융기법이란 이름으로 포장해 대유행시킨 결과가 바로 글로벌 금융위기다. 투자자들과 금융회사들이 그 속에 내포된 리스크를 감당해내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월가는 별로 변한 게 없는 모양이다. 고액의 연봉과 보너스 잔치가 계속돼 미국인들의 분노가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고 언론들은 전한다. 급기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월가를 공개비난하는 상황까지 초래됐다. 게다가 파생상품거래도 다시 살아나고 있고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법안들은 월가의 로비로 인해 아직도 의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는 이야기이고 보면 도대체 뭐가 달라지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다행히 한국경제는 파생상품에 무지했던 덕분에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피해가 덜 했고 회복 또한 빠르다. 지난해만 해도 수시로 위기설이 나돌았지만 지금은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서고 기업실적도 급격히 개선되는 등 세계적으로도 발군의 회복세를 구가하고 있다. 외환사정도 호전되고 외국인들의 주식 매수자금까지 밀려들면서 낙관 무드가 확산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낙관론은 아직 성급하다. 무엇보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이 걸림돌이다. 미 정부는 경제상황이 많이 나아졌다고 강조하지만 그것은 대규모로 돈이 풀린 탓이지 근본적 체질 개선이 이뤄진 때문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금융개혁이 아직 요원한 데다 위기의 또 다른 원인이었던 부동산 가격 또한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소비 부진도 여전해 미국이 세계경제를 떠받칠 만한 형편이 못 된다. 그렇다고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 만큼 성장한 것도 아니고 EU(유럽연합) 일본 등의 경제상황이 좋은 것도 아니다. 우리 경제를 먹여살리는 해외시장이 이러하다면 경기의 조기 활성화는 기대하기 쉽지 않다.
지금은 낙관무드에 젖을 때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 나타나고 있는 회복세가 재정지출과 환율효과에만 의존한 것은 아닌지, 해외 핫머니의 유입으로 회복세가 과대포장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경계하며 긴장감을 높여가야 할 때다.
수석논설위원 b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