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 달러 환율이 어제 1194원40전으로 마감되며 지난해 10월1일 1187원(종가 기준) 이후 약 1년여 만에 다시 1100원대로 떨어졌다. 최근 환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달러 자산에 대한 수요가 약화돼 달러 약세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국인들이 연일 국내 주식을 대거 매입하고 있는 데다, 경상흑자가 계속되고 있는 점도 환율 하락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다.

환율 하락은 물가안정 등 일부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특히 환율 하락이 지속되면 경상흑자 폭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일부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 속도가 빠르지 않은 데다 기업들의 생산성이 향상된 만큼 충격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경기회복이 정부의 부양책과 고환율의 영향이 큰 만큼 환율 하락은 자칫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전문가 대상 조사에서 약 60%가 '경제지표 호전은 정책효과와 고환율에 따른 착시에 불과하다'고 응답했다. 부양책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환율이 계속 떨어지면 경기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더욱이 상당수 전문가들은 원 · 달러 환율 하락세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어 대응책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와 기업 모두 지금부터 장기적인 환율 하락에 대비하는 체제를 갖춰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은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매진함은 물론 환변동 위험을 최소화하는 기법 개발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아울러 한계기업과 기업내 경쟁력 없는 부분은 과감히 정리하는 구조조정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어제 은행장 간담회에서 "이럴 때일수록 한계기업을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이런 맥락(脈絡)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