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인수 의사를 밝힌 효성의 승부수가 성공할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효성의 재무상태를 감안할 때 4조원에 이르는 하이닉스 인수대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효성의 '진의'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중공업,섬유 등을 중심으로 한 기존 사업과의 연관성이 높지 않은데다,효성 측에서도 인수배경에 대해 일절 함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효성의 속내가 뭘까

재계 일각에서는 효성이 마지막 '퀀텀점프(대도약)'의 기회를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효성은 2004년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2005년 대우정밀,2007년 대한통운 인수전에 나서며 몸집 불리기를 시도했지만 모조리 실패로 끝났다. 지난해 진흥기업을 인수하기는 했지만 대어급은 아니었다.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를 통한 '빅 스텝'에 도전하는 것은 과거 초대형 기업 인수를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던 SK그룹과 두산그룹을 연상케 한다. 재계 10위권에 머물던 SK그룹은 1980년 대한석유공사(현 SK에너지),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등을 인수하면서 4대 그룹 반열에 올라섰다. 식음료 사업을 위주로 했던 두산그룹은 OB맥주 등 과거의 주력기업을 매각하고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인수하며 중후장대 기업그룹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에 성공하면 자산규모 21조8000억원(효성 8조4000억원,하이닉스 13조4000억원)으로 재계 서열 33위에서 STX그룹(20조8000억원)을 제치고 19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조석래 효성 회장은 이 같은 이유로 '시너지 효과'가 없다는 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하이닉스 인수를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이 과정에서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이 인수 실무팀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불신 해소가 관건

하이닉스 인수가 성사될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일단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보다 자산 규모가 배 가까이 큰 기업을 인수할 경우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4조원대로 추정되는 하이닉스 인수대금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겠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효성의 2분기 말 기준 총 차입금은 2조10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하이닉스 인수에 성공할 경우 8조6000억원가량의 하이닉스 부채를 떠안아야 한다. 게다가 매년 1조~2조원가량의 설비투자도 부담해야 한다.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23일 효성의 주가는 하한가로 곤두박질쳤다. 박대용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재무적 투자자들이 동참한다면 당장 자금 부담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대우건설을 인수한 뒤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처럼 효성도 일정한 수익률을 보장하고 투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만큼 시장의 불신을 해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이닉스 실사 과정에서 효성이 입장을 바꾸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효성 관계자는 이에 대해 "나중에 인수 제안서를 내봐야 알 것"이라고만 말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