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들 '카드 복제·승용차깡'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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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기수법 갈수록 지능화…현대카드·캐피탈 전담팀 110명
#사례1.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7월 5개의 '승용차깡' 조직을 적발했다. 이들은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나 노숙자 명의로 차량을 할부로 구입한 뒤 이를 중고차 시장에 내다팔아 3억원이 넘는 돈을 챙겼다. 할부금은 명의를 빌려준 사람들에게 떠넘겼다. 이들로 인해 총 6개 캐피털 회사들이 10억원이 넘는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 명의를 빌려준 노숙자 김모씨(44)는 대출금 상환 독촉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사례2. 30대 여성 직장인 이모씨는 지난 3월 새벽 5시께 신용카드사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에서 카드 결제 승인요청이 왔는데 본인이 사용한 것이 맞느냐는 확인 전화였다. 이씨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결과 몇달 전 중국 여행시 사용했던 카드가 복제된 것 같다는 답변을 들었다. 현지 음식점 종업원이 결제할 때 이씨의 카드 정보를 몰래 빼돌린 다음 국내 카드 위조단에 유통시킨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사기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시중은행의 경우 지점 및 직원 수가 많고 대출이 보수적으로 운영돼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여신금융사(카드,캐피털)들은 신용거래를 위주로 하기 때문에 사기꾼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현대카드 · 캐피탈은 110명,신한카드 80명, 삼성카드 70명, 롯데카드 40명,아주캐피탈은 20명 규모의 사기방지팀을 운영하고 있다.
사기방지팀에 가장 많이 접수되는 사고 유형은 다수의 차량을 할부나 리스로 구입한 뒤 이를 중고차 시장 등에 내다파는 것이다. 승용차깡이라고 불리는 이 수법을 사용하기 위해 노숙자나 금융채무불이행자까지 동원된다. 대출을 수월하게 받기 위해 유령회사를 차린 다음 노숙자를 이 회사의 직원으로 둔갑시킨 뒤 월급을 오랫동안 받은 것처럼 꾸며 신용등급을 올리기도 한다. 사기범들은 할부금을 노숙자 등 명의를 빌려준 사람들에게 모두 떠넘기기 때문에 캐피털사들은 돈을 떼이기 일쑤다.
과거에는 할부로 구입한 차량을 동남아시아나 중동,남미 등에 팔아넘기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2년 전 여신금융협회와 관세청이 할부차량 불법수출 예방 시스템을 구축한 뒤부터는 대부분 국내 중고차 시장에 물량을 넘기고 있다.
복제카드와 관련된 피해 접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카드 복제는 '스키머'라 불리는 기계에 카드를 통과시켜 고객 정보를 복사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과거에는 주로 국내 주유소에서 카드 복제가 이뤄졌으나 최근에는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중국,동남아 등 해외에서 정보를 빼돌리거나 국내 거주 외국인의 명의를 도용해 복제카드를 만드는 추세다.
김성준 현대캐피탈 사기방지팀장은 "범죄가 지능화되고 피해 액수도 늘어남에 따라 사기 유형을 정형화해 사전에 예방하는 일이 금융사들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잣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