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당분간 넣지 마시오.여기도 모두 정리했습니다. 안심하시오.연락편지만 엷은 종이에 적어서 변기물통 위에 있는 조화의 플라스틱 화분 열면(이중임) 밑에 넣고 다시 닫을 수 있소.나도 그렇게 연락할 터이니 당신도 그렇게 하는 것이 안전할 것 같소.'

1978년 8월29일,김대중 전 대통령이 건강 악화로 서울대 병원으로 이감됐을 때 감시원 몰래 이희호 여사에게 보낸 메모 내용이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이 껌 종이나 과자 포장지 등에 못으로 눌러 써 이 여사에게 전달한 메모들은 돋보기를 쓰고 봐야 할 정도로 촘촘하고 안쓰럽다. 그 시대 상황을 대변하는 사료적 가치까지 담겨 있다.

못으로 섬세하게 눌러 쓴 메모들은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실의 판독을 거쳐 책에 실었다.

각계 주요 인사들의 이름을 알파벳 이니셜로 처리해 혹시나 내용 유출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는 모습도 애잔하다.

그해 9월14일 못으로 눌러 쓴 메모 중에는 '가을이 중요한 시기요. 저번 말한 대로 M,MD,LDC 등 만나서 질문하여 그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도록 격려해주시오.그 후 내 의견서(추가분도 보태서) Y,M 두 분과 상의해주시오(직접 만나서)'라는 대목도 보인다.

이번에 나온 《옥중서신 1,2》는 1984년 발간된 《김대중 옥중서신》에 싣지 못했던 편지들과 그동안 거의 공개되지 않았던 이 여사의 답신을 모두 담은 최종판이다. 1권은 '김대중이 이희호에게',2권은 '이희호가 김대중에게'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