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게 그러더라,우린 잘 어울린다고,우린 영원할 거라고.그래,그때는 그랬지…라라라라,다 거짓말…이제 우리 헤어지자,그만 만나자.가끔 슬퍼져도 추억에 웃자,그렇게 웃자.너만을 위해 살아왔기에… 이젠 보내야해…."

이승기의 4집 앨범 타이틀곡 '우리 헤어지자'가 이번 주(21일)부터 도시락 멜론 소리바다 벅스 등 주요 음악사이트에서 일제히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주 박효신의 '사랑한 후에'에 이어 2주 연속 발라드곡이 정상을 차지한 것이다. 금주에는 이승기와 함께 박효신 김태우의 발라드 곡들도 5위권에 진입해 가요시장을 석권했던 걸그룹 2NE1을 비롯 포미닛,지드레곤 등의 댄스곡들을 하위권으로 밀어냈다. 이 같은 현상은 SG워너비의 '내 사람 파트너' 등이 선두권을 장악했던 2006년 이후 처음이다.

'텔미' 이후 댄스곡이 지배해온 가요계에 3년 만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색의 계절' 가을과 함께 발라드가 돌아왔다. 그룹 가수들이 빠른 템포의 강렬한 전자음으로 들려주는 댄스곡들에 팬들이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24일 현재 차트 선두권을 달리는 발라드 곡들은 사랑의 슬픔과 기쁨을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러 따라부르기 쉬운 게 특징.기교도 가급적 억제하고 음악 자체에 집중한다. 춤과 안무 등 노래 외적 요소가 강한 댄스 곡들과는 다르다.

이승기의 '우리 헤어지자'는 이별을 절제된 감성으로 전달한다. 기교섞인 창법 대신 목소리도 꾸밈 없다. 박효신의 '사랑한 후에'는 슬픔을 차분하게 들려준다. GOD 출신의 김태우가 부른 '사랑비'는 사랑의 순수한 감정을 비가 내리는 것에 비유하는 신선한 가사로 팬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2006년 기교를 한껏 과시했던 '소몰이 창법'류의 발라드들과 달라진 것이다.

또한 이들은 5~10년차 가수들로 팬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팬들은 "이승기가 예전보다 목소리가 애절해지고 음악도 깊어졌다" "박효신이 더욱 차분해지고 음색도 풍부해졌다"고 갈채를 보낸다. 특히 이승기는 최근 히트한 드라마 '찬란한 유산'에서 '엄친아'(엄마 친구의 아들이란 뜻으로 나무랄데 없는 청년을 의미한다) 이미지를 한층 강화했다. 음악과 연기에서 자신의 목표를 향해 반듯하게 나아가는 모습에 팬들은 매료되고 있다.

발라드 곡들의 복귀로 가요 시장 충심축도 10대에서 20대로 이동하게 됐다. 20대 소비자들은 10대에 비해 파괴력은 적지만 은근하게 오래가는 게 특징이다. 앨범 구입보다 콘서트 수요도 높다. 이로써 박효신과 헤이는 조만간 콘서트를 갖고 무대에서 관객과 직접 교감할 계획이다.

발라드 열풍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올 여름 걸그룹들의 위세에 눌려 앨범을 내지 못했던 발라드 가수들이 앨범을 속속 출시할 예정이어서다. 휘성과 환희 등도 10월 중 앨범을 발매할 계획이다.

성시권 음악평론가는 "가요시장에 모처럼 계절적 변인이 작동하고 있다"며 "발라드의 복귀로 음악시장이 록과 랩 등으로도 다변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