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컴퓨터업계의 선구자이자 미래학자인 제임스 마틴.그는 《미래학 강의》에서 21세기와 인류의 미래에 관한 '생각의 지도'를 펼쳐보인다.

그는 환경 파괴와 식량 · 물 부족,지구 온난화,빈부 격차 확대 등 당면한 현안들을 짚어보면서 경이로운 기술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주목한다. 그는 21세기를 가운데 부분이 좁은 긴 협곡에 비유한다. 인류는 그 협곡을 따라 아래로 흐르는 강물이다. 협곡은 점차 좁아지고,협곡을 따라 내려갈수록 속도가 빨라지고 물살은 거칠어진다. 이때 강물의 속도를 더욱 가속시키는 요인이 바로 과학기술이다. 지금 인류는 협곡의 중간 부분,가장 좁은 지역에 가까이 온 셈이다.

몇 십년 뒤 인류가 21세기 협곡의 가장 좁은 지점에 도달하게 될 때까지 놀라운 기술들이 새롭게 등장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생명공학과 나노테크놀로지,인공 지능,슈퍼 컴퓨터 등 인류가 미래에 가지게 될 기술은 우리의 상상력을 초월한다.

'재생의학은 손상된 조직을 되살리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사용한다. 특히 재생의학에서 흥미로운 것은 나이 든 사람의 면역 체계를 젊은 사람처럼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면역 체계는 매우 복잡하다. 다양한 병원균과 바이러스가 공격해오면 인체의 면역 체계는 그들과 맞서 싸울 군대를 내보낸다. 면역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우리는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들처럼 심각한 문제를 겪을 것이다. '세포의 회춘'은 면역 체계의 많은 구성 요소들을 원상태로 회복시키는 방식으로 가능하다. 세포는 각기 다른 방법으로 독립적으로 재생될 것이고,건강한 면역 능력을 가진 젊은 세포를 골수를 통해 주입할 것이다. '

그는 마이클 웨스트의 ACT가 면역 체계를 다시 젊어지게 하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집중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24번째 염색체에는 단지 특별한 유전자가 표출되는 때와 장소를 결정하는 통제 암호가 포함될 것이다. 이 염색체는 그것을 가진 사람에게 유전자를 끄고 켤 수 있는 수단을 준다. 자신이 선택한 유전자를 켤 수 있고 선택하지 않은 것은 끌 수도 있다. 이미 자신의 고유 유전자를 가지지 않은 빈 염색체가 개발되었다.

빈 염색체는 카세트에 테이프를 삽입하는 데크처럼 인위적으로 고안된 유전자를 효소라는 수단을 통해 삽입할 수 있는 '결합지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기술이 실용화되면 특정 질병에 대해 몇 개의 유전자 꾸러미를 만들 수 있을 것이고 결국에는 많은 유전자 꾸러미가 만들어져 특정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

그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를 초래하는 화석연료는 새로운 에너지 물질로 대체되고 환경에 큰 해를 주지 않는 청정에너지가 무한정 공급될 것이다. 인류는 자연을 더욱 더 잘 이해하고 보호하게 될 것이고 파괴된 생태계도 천천히 원상태를 회복하기 시작할 것이다.

특히 그가 주목하는 기술은 인간을 흉내 내기만 한 이제까지의 인공지능을 뛰어넘는 '인간 같지 않은 지능(Non-human-like Intelligence:NHL)'이다.

NHL은 컴퓨터가 강력한 지능적인 행동 방식들을 자동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가리킨다. 그는 NHL로 '숙련된 기술'과 '지혜' 사이의 격차가 더욱 빠른 속도로 벌어질 것이라면서 이런 시대에 인간은 폭넓은 지혜를 찾고 이를 제대로 발휘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준비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그가 옥스퍼드대에 '제임스 마틴 21세기 대학원'을 설립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학교의 설립 목적은 21세기에 인류가 직면한 도전들이 무엇인지 알아내고,그 해결책을 찾아 기회의 발판으로 삼으면서 이를 사회에 적용할 리더를 교육시키는 것이다.

그가 '제임스 마틴 과학 및 문명연구소'까지 설립해 10여년간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고 분야별 권위자들과 인터뷰해 21세기의 진정한 의미를 탐구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