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 교과서만 읽어서는 실제 협상 테이블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미국인과 협상을 하려면 먼저 스스로 미국인이 돼봐야 합니다. "

성균관대 경영대학에서 'BC(Business Communication)와 경영학 특강' 수업을 맡은 데이비드 프랜클린 데이 하와이대 교수는 최근 "한국 기업들이 세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데 비해 대학의 경영학 수업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그는 "실습 위주의 수업으로 전략적 협상법,갈등관계에서 중재자가 되는 법 등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가르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건 성균관대 경영대학장이 교과서 위주의 경영학 수업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번 학기에 초청한 데이 교수는 협상 전문 국제변호사이자 국제거래법의 대가로 1997년 미국과 베트남 간 경제정상화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등 수많은 국제 비즈니스 관련 협상에서 해결책을 제시해 왔다.

그의 수업은 실전을 강조한 게 특징이다. 미국인과 일본인 역할을 맡은 학생들이 실제 로봇 핵심 부품 기술이전을 놓고 협상을 벌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데이 교수는 일본인 역할의 학생들에게는 "감정을 쉽게 표현하지 마라.꼿꼿이 앉아 예의를 지켜라" 등의 주문을 하는 한편 '미국인' 학생들에겐 "뒤로 기대서 편하게 앉아라.상대방 감정을 고려하지 말고 직접적으로 말하라" 등 각국 문화에 따른 행동지침을 요구한다. 학생들은 "문화가 다른 두 나라 간 협상이 이렇게 힘든지 몰랐다"면서도 "모의 협상 경험을 통해 FTA 등 실제 국제 협상 과정을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