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세무·담합조사…기업들 '동시다발 압박'에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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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3대 권력기관의 조사가 전 기업,전 업종을 겨냥해 파상적으로 전개되면서 경제계가 얼어붙고 있다. 경기회복을 향한 불씨를 가까스로 지피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과거'를 들춰내는 압수수색과 세무조사,담합조사 등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기업들은 갑작스레 들이닥친 동시다발적 '조사 폭탄'의 배경과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기적으로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공권력에 의한 메가톤급 불확실성의 변수가 돌출한 데 대해 더욱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기업들 "압수수색 노이로제"
기업 압박의 선봉장은 검찰이다. 서울중앙지검은 24일 SK건설이 부산 아파트 시공 과정에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한진그룹의 부동산 취득 내역과 태광그룹의 큐릭스 인수 과정에 대한 내사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지검은 지난 22일 두산인프라코어 임직원이 군납 과정에서 납품단가를 부풀려 조성한 자금 일부가 군 관계자에게 흘러갔는지 여부를 수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이미 불거진 의혹에 대해서는 최대한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불만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무리한 수사로 인한 기업 이미지 훼손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모 기업 관계자는 "최근 광고까지 하면서 인재를 모집하고 있는 시기에 계열사 임직원들의 개인적인 혐의로 그룹 전체의 이미지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검찰이 발표한 기업 관련 수사 원칙과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당시 어려운 경제사정을 감안해 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을 최소화하고 최소한의 증거물만 수집한다는 원칙을 발표했었다. 한 기업 관계자는 "경기 회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검찰이 너무 무리하게 기업을 옥죄는 것 아니냐"며 안타까워했다.
◆동시다발 세무조사에 담합조사까지
국세청과 공정위의 조사 확대에 따른 기업들의 스트레스도 크다. 국세청은 최근 2900개 기업을 대상으로 2007년분 법인세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기업들은 작년말 유예됐던 세무조사가 한꺼번에 진행되는 점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7년으로 들쭉날쭉하던 세무조사 주기를 4년으로 정한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이렇게 동시다발적인 조사로 복잡하기 짝이 없는 대기업들의 회계장부를 제대로 정확하게 들여다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2005년 지방국세청의 정기 세무조사 이후 검찰 수사설에 시달렸던 P사의 한 임원은 "기업들에는 세무조사가 행정절차라기보다 사정절차로 여겨졌던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공정위의 담합 조사도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공정위가 최근 한두 달 사이에 조사를 새로 시작한 업종만 5~6개에 이른다. 공정위는 지난달 △우유 △제빵 △소주 업계에 대한 가격담합 조사에 들어간 데 이어 이달 들어 △정유 △가스 △에어컨 등에 대한 조사에 돌입한 상태다. 삼성전자 LG전자뿐만 아니라 롯데 SK에너지 GS칼텍스 등 국내의 웬만한 대기업들이 줄줄이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업체들마다 과징금을 의식해 공식적인 대응은 전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가스가 공정위 조사를 의식해 바로 내달 가스 공급가격을 동결하기로 한 게 대표적인 경우"라고 설명했다.
◆"경기회복에 찬물 끼얹는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주요 기업들은 관련 기관 동향을 수집하기 위해 비상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부서마다 압수수색 및 세무조사에 대비한 대응 매뉴얼까지 만들어 놓고 비상대응체제를 갖춰놨을 정도다.
경제계는 근본적으로 정부기관에 의한 전방위 기업 조사가 불법행위를 단죄하는 효과에 비해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경영전략의 유연성을 저해하는 부작용이 너무 크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들의 실적 호전이나 수출 확대를 본격적인 경기회복 조짐으로 보고 조사를 확대했다면 판단착오"라며 "전자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아직도 많은 기업이 글로벌 불황의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몸을 추스른 해외 기업들과의 본격 경쟁에 대비하기 위한 새해 계획을 짜야 할 시점에서 예기치 못했던 국내 변수에 발목을 잡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졌다.
장창민/이정호/임도원 기자 cmjang@hankyung.com
기업들은 갑작스레 들이닥친 동시다발적 '조사 폭탄'의 배경과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기적으로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공권력에 의한 메가톤급 불확실성의 변수가 돌출한 데 대해 더욱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기업들 "압수수색 노이로제"
기업 압박의 선봉장은 검찰이다. 서울중앙지검은 24일 SK건설이 부산 아파트 시공 과정에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한진그룹의 부동산 취득 내역과 태광그룹의 큐릭스 인수 과정에 대한 내사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지검은 지난 22일 두산인프라코어 임직원이 군납 과정에서 납품단가를 부풀려 조성한 자금 일부가 군 관계자에게 흘러갔는지 여부를 수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이미 불거진 의혹에 대해서는 최대한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불만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무리한 수사로 인한 기업 이미지 훼손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모 기업 관계자는 "최근 광고까지 하면서 인재를 모집하고 있는 시기에 계열사 임직원들의 개인적인 혐의로 그룹 전체의 이미지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검찰이 발표한 기업 관련 수사 원칙과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당시 어려운 경제사정을 감안해 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을 최소화하고 최소한의 증거물만 수집한다는 원칙을 발표했었다. 한 기업 관계자는 "경기 회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검찰이 너무 무리하게 기업을 옥죄는 것 아니냐"며 안타까워했다.
◆동시다발 세무조사에 담합조사까지
국세청과 공정위의 조사 확대에 따른 기업들의 스트레스도 크다. 국세청은 최근 2900개 기업을 대상으로 2007년분 법인세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기업들은 작년말 유예됐던 세무조사가 한꺼번에 진행되는 점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7년으로 들쭉날쭉하던 세무조사 주기를 4년으로 정한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이렇게 동시다발적인 조사로 복잡하기 짝이 없는 대기업들의 회계장부를 제대로 정확하게 들여다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2005년 지방국세청의 정기 세무조사 이후 검찰 수사설에 시달렸던 P사의 한 임원은 "기업들에는 세무조사가 행정절차라기보다 사정절차로 여겨졌던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공정위의 담합 조사도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공정위가 최근 한두 달 사이에 조사를 새로 시작한 업종만 5~6개에 이른다. 공정위는 지난달 △우유 △제빵 △소주 업계에 대한 가격담합 조사에 들어간 데 이어 이달 들어 △정유 △가스 △에어컨 등에 대한 조사에 돌입한 상태다. 삼성전자 LG전자뿐만 아니라 롯데 SK에너지 GS칼텍스 등 국내의 웬만한 대기업들이 줄줄이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업체들마다 과징금을 의식해 공식적인 대응은 전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가스가 공정위 조사를 의식해 바로 내달 가스 공급가격을 동결하기로 한 게 대표적인 경우"라고 설명했다.
◆"경기회복에 찬물 끼얹는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주요 기업들은 관련 기관 동향을 수집하기 위해 비상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부서마다 압수수색 및 세무조사에 대비한 대응 매뉴얼까지 만들어 놓고 비상대응체제를 갖춰놨을 정도다.
경제계는 근본적으로 정부기관에 의한 전방위 기업 조사가 불법행위를 단죄하는 효과에 비해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경영전략의 유연성을 저해하는 부작용이 너무 크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들의 실적 호전이나 수출 확대를 본격적인 경기회복 조짐으로 보고 조사를 확대했다면 판단착오"라며 "전자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아직도 많은 기업이 글로벌 불황의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몸을 추스른 해외 기업들과의 본격 경쟁에 대비하기 위한 새해 계획을 짜야 할 시점에서 예기치 못했던 국내 변수에 발목을 잡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졌다.
장창민/이정호/임도원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