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럽기는 서울시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등기부등본과 같은 공부(公簿)에는 아예 바뀐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서울시가 기자들에게 배포하는 보도자료에도 '봉천동(보라매동)'의 식으로 표기한다.
이 같은 혼란은 지난해 9월 '행정동'이 바뀌었지만 '법정동'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법정동은 법률로 지정된 행정구역으로 재산이나 호적 등 권리 관계의 안정성을 위해 쉽게 바꾸지 않는다. 반면 행정동은 관악구와 같은 행정기관이 관할 동사무소 설치 등 행정 편의를 위해 만들어낸 개념이다. 등기부등본이나 건축물대장 등 공부에는 법정동이 사용되며 번지수도 법정동을 기준으로 부여된다. 따라서 편지를 보낼 때 번지수만 정확하게 쓰면 법정동을 그대로 써도 괜찮다.
그럼에도 관악구처럼 법정동에서 행정동을 연상할 수 없는 지역은 혼란이 많다. 법정동이 신림동,봉천동,남현동 3곳인 관악구는 작년 9월 행정동을 전면 개편해 신림1동,신림2동 등의 식으로 숫자를 부여하던 방식에서 신원동(신림1동),서림동(신림2동) 등으로 바꿨다.
당초 신림 · 봉천동의 '달동네' 이미지가 싫어 이름 변경을 적극 지지했던 이곳 주민들도 이젠 예전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눈치다. 인헌동(봉천11동)에 사는 한 주민은 "동네 이름이 바뀌었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며 "오히려 혼란만 가중돼 차라리 예전으로 돌아가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