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집이 보이지도 않아요. 쓰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데 이걸 버리라고요?"(개성공단 북한 근로자) "글쎄 이 물건은 소비자들한테 못 판다니까요. 몇 번을 얘기해야 합니까. "(성림정공 개성 주재원)

지난해 4월부터 식용유 병뚜껑을 만들어 CJ제일제당에 납품하기 시작한 성림정공 개성공단 공장.88명의 북한 근로자들을 관리 · 감독하는 3명의 주재원들은 공장 가동 초기 현지 직원들과 매일 실랑이를 벌였다. 북측 근로자들은 애써 만든 제품에 번번이 딱지를 놓는 주재원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고,주재원들은 시장경제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답답하기만 했다. 회사 관계자는 "북측 근로자들에게 '소비자들이 왕'이라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 지속적인 교육을 벌였다"며 "시장의 개념을 이해시키는 데 반년 이상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주재원들의 고민은 이뿐이 아니었다. 몸이 안좋다는 이유로 사전 예고없이 지각과 결근을 반복하는 직원들이 부지기수였던 것.한국에서였다면 성실한 직원들에게는 성과급을 제공하는 등의 방법을 쓸 수 있지만 평등을 중시하는 북한에서는 적용하기 힘든 대안이었다.

옥준석 사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끈끈한 스킨십'밖에 없다고 판단,지난해 7월부터 개성공단에 상주했다. 특식을 제공하고 공장 내에 운동기구를 설치하는 등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회사의 근무여건이 좋으면 자연스럽게 결근자들이 줄어들 것으로 본 것이다. 납품처인 CJ제일제당도 성림정공 개성 공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품질이 정상화될 때까지 납기에 여유를 주고 기술도 지원했다.

경영진들의 노력이 성과로 나타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공장 가동 초기에는 매달 100만개가량의 완제품 중 650개에 달했던 불량품이 올 들어 월 평균 1~2개 수준까지 줄었다. 불량률로 따지면 0.00018%에 불과하다.

25일에는 대한상공회의소로부터 '싱글 ?e 품질인증'까지 받았다. 이 인증은 최근 6개월 동안 생산한 제품에서 불량품 비율이 100만개 중 10개(0.001%,10?e) 미만일 때 주어진다. 현재까지 싱글 ?e 인증을 받은 기업은 824곳뿐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이 인증을 획득한 것은 성림정공이 처음이다. 싱글 ?e 인증을 받은 기업은 정책자금 배정,병역지정업체 평가 등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한국의 중소기업이 2~3년 걸려야 받을 수 있는 인증서를 불과 1년여 만에 달성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불량률이 지난해 대한상의 인증을 받은 111개사의 평균인 31.3?e(0.00313%)의 20분의 1에 불과한 것도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성림정공은 인천 남동공단에 본사를 두고 있는 식품용기 제조업체다. 지난해 매출은 48억8000만원이었다. 전체 제품의 73%를 개성공단에서,27%를 본사에서 각각 생산하고 있다. 북한에는 2007년 11월에 진출,지난해 4월부터 공장을 가동했다. 개성공단 직원은 평균 11만3000원(지난 8월 현재,원 · 달러 환율 1200원 기준)의 월급을 받는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