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우리금융의 소수지분을 '블록 세일'형식으로 조금씩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팔고 '50%+1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전략적 투자자에 넘기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주식시장에 매물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방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정부의 구상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금융 지분매각은 2007년 6월 전체 지분의 5%를 주당 2만2750원을 받고 매각한 게 전부다. 2007년 말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7%를 추가 매각하겠다고 결의했지만 지금껏 감감 무소식이다.

이는 '원금 밑으로는 절대로 못 판다'는 정부와 예금보험공사의 보신주의 결과물이라는 것이 금융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주당 평균 1만6675원으로 투입된 공적자금에 이자까지 포함해 적어도 주당 2만원은 넘게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50%+1주'매각은 구체적으로 추진된 적이 아예 없다. 민영화를 주창하는 정부의 겉모습과 달리 실제로는 우리금융 인사권을 마음대로 행사하는 즐거움을 은밀하게 누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이 적지 않다.

정부의 매각 의지가 의심받는 이유는 민영화 원칙만 세워놓았을 뿐 '해외자본은 안되고 산업자본도 안된다'는 식으로 진입장벽을 쳐놓았기 때문이다. 시가총액이 13조원에 달하는 우리금융을 매각하겠다면서 외국자본과 산업자본을 빼면 인수할 곳이 마땅치 않다. 한국의 '토종은행'을 외국인 손에 넘긴다는 비판,은행을 재벌에게 넘긴다는 비판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최근 지주회사법을 고쳐 산업자본의 은행지주사 지분소유 제한을 9%로 완화했지만 우리은행을 민영화할 수 있는 수준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안으로 국민연금이 인수하는 방안이 한때 거론됐지만 '오른손에 있는 것을 왼손으로 옮기는 것'일 뿐이라는 비판에 없었던 일이 됐다. 국민주 방식에 의한 매각도 거론됐으나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는 데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에 제동이 걸렸다.

우리은행과 산업은행 기업은행을 합쳐 '메가뱅크'를 만들자는 주장은 민영화를 영영 하지 않겠다는 얘기로 해석돼 사장됐다. 예보의 한 관계자는 "원금 밑으로 팔았다가 나중에 주가가 오른다면 감사원 감사 등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가 없다"며 "내가 책임질 만한 자리에 있을 때는 아무런 변화 없이 가만히 있는 게 최선"이라고 털어놓았다.

우리금융 민영화를 진정으로 추진하려면 정부가 조건 없이 조기 매각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재웅 성균관대 교수는 "현행 법령에서 외국인 투자가 가능한 데다 산업자본의 은행 또는 은행지주회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직접 소유할 수 있는 한도도 지주회사법 개정으로 9%로 늘어난 만큼 정부가 이를 의도적으로 막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금융의 경영을 정상화하려면 민영화밖에 답이 없다"며 "현행 법령의 범위 내에서 대상을 찾아 정부가 최대한 빨리 지분을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정부가 진정으로 우리금융을 민영화하겠다면 '50%+1주'로 돼 있는 경영권지분을 '30%'정도로 낮춰줘야 한다"며 "우리금융의 시가총액이 13조원에 달할 만큼 자본규모가 큰 데다 지분분산을 잘 해놓으면 30% 지분만으로도 충분히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수자가 나설 수 있게끔 자금 부담을 정부가 덜어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