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씨는 직장에서 보내주는 해외연수를 떠나게 됐다. 직장에 다니는 아내를 놓고 미국으로 혼자 가게 된 A씨는 아이를 데려갈 계획이었으나 포기했다. 부모가 다 안 가고 아이가 3개월 이상 해외에서 체류할 경우 제학년에 복학할 수 없다는 설명을 학교 측으로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업무상 해외에서 장기간 체류하거나 1년 연수를 가는 직장인들이 급증하는 국제화 시대에 해당 자녀들의 복학을 규정하고 있는 초 · 중 · 고교의 유학 조항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부모가 다 가야 한다

최근 1년간 미국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K씨는 중3과 초등 6학년 아이를 복학시키기 위해 학교를 찾았다가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아이들이 자기 나이에 맞는 학년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미국에 가자마자 아이들을 제 나이대로 넣었던 그는 오히려 한국에서 이런 일을 당하자 당황했다. 학교 측은 부모가 다 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관련한 법은 초 · 중등교육법 시행령.교육장 또는 국립국제교육원장의 유학 인정이 있거나 상사주재원의 자녀,이민 목적을 제외하고는 유학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 등에 따르면 상사주재원 자녀 및 이민을 제외한 조기유학자는 1997년 3274명에서 2007년 2만7668명으로 10년 새 9배나 늘어 났다. 이 중 77.8%인 2만1540명이 미인정 유학이며 일선 학교들은 이 중에 적지않은 수의 학생이 부모 규정에 걸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3개월은 안되고 해넘긴 5개월은 된다

3개월 연수를 갈 경우 그 해에 돌아오면 한 학년 아래로 편입된다. 반면 해당 연도가 아니라 그해 2개월, 다음 해 1개월을 다녀오면 제학년 편입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2009년 9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외국에서 유학을 하면 같은 학년을 한번 더 다녀야 하지만 12월에서 2010년 4월까지 유학을 가면 학년 상의 불이익이 없다.

이는 출석일수 중 3분의 1 이상을 결석한 학생은 편입학을 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발생한다. 9월부터 12월은 3분의 1에 해당되지만 '다음 해 4월까지' 간 경우는 당해 연도의 출석일수(겨울방학 빼면 3개월이 안됨)에도 해당이 안되고 다음 해(3월부터 개학)에도 규정위반이 아니다.

◆시험쳐라

1년 정도를 해외에서 체류한 뒤 복학하는 학생들은 시험도 봐야 한다. 인정유학의 경우도 보는 것이 있고 안보는 곳이 있다. 강남의 한 초등학교를 찾은 B씨는 "미국의 경우 외국 학생이 들어와도 나이만 묻고 제 나이 학년에 넣어주는데 자기 나라에 왔는데 시험치게 하는 등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 한국 과목을 과외로 공부하는 일도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무분별한 조기유학을 차단하기 위해 법을 강화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며 "국제화 시대에 다소 맞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교육기관으로선 조기유학자가 늘어나는 것을 방치할 수도 없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