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은행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은행'으로 유명한 바티칸 은행(IOR)이 20년 만에 수장을 교체했다.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은행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개혁 작업으로 분석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5일 이탈리아 바티칸 시국이 IOR의 신임 총재로 에토레 고티 테데시 밀라노 가톨릭대학 윤리 및 금융학 교수(64 · 사진)를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고티 신임 총재는 1990년대 초 방코산탄데르 이탈리아 법인의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했으며,비성직자 출신으로는 전임 IOR 총재인 안젤로 칼로이아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에 IOR 총재직에서 물러나는 칼로이아는 경제학자 출신으로 1989년부터 20년간 IOR를 이끌어왔다.

1942년 교황 비오 12세가 세운 IOR는 교황이 소유주며,교황청을 비롯해 바티칸 시국 내 주요 성직자들의 재산을 관리하고 있다. 철저한 비밀주의를 고수하는 IOR는 지금까지 수차례 돈세탁과 세금부정,마피아와의 검은 거래 등에 연루됐을지 모른다는 추측이 잇따랐다. 이 때문에 교황청 측에서 이번 인사를 통해 IOR의 이미지 쇄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월지는 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