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중심에 설 수 있게 됐다. "

세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내년 개최지로 한국이 확정된 데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의미를 부여했다. 이 관계자는 "외환위기 당시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던 우리가 불과 10여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모임의 좌장을 맡아 글로벌 이슈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게 된 점은 외교사적으로나 세계사적인 측면에서도 큰 일"이라고 말했다.

G20 정상회의 개최는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리더십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G20같은 영향력있는 그룹의 좌장은 능력과 리더십이 검증된 나라가 아니면 맡을 수 없다"며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1차 회의를 시작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보여준 리더십과 보호무역 저지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과 신흥국 간 무역 불균형이 심화된 것도 오히려 한국에는 기회요인으로 작용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빈국에서 불과 50년 만에 선진국에 진입 중인 한국이야말로 선진국과 신흥국 양측 입장을 조율할 수 있는 최적의 중재국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됐다"며 "이번 금융위기에서 한국이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점도 G20 유치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G20 정상회의 유치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세계질서 논의 테이블이 G8(선진 8개국)에서 G20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인 시점에 한국이 G20회의 의장국을 맡게 됐다는 것은 향후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공조 체제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확보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경제 규모로 봤을 때 과거 G8이 전세계 GDP(국내총생산)의 80%를 차지했으나 지금은 50%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신흥국이 포함된 G20의 비중이 85%를 차지하고 있다"며 "글로벌 거버넌스(세계 지배구조)도 자연스레 G8에서 G20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내년 G20 개최지 발표 기자회견에서 "G7(선진7개국)은 그동안 글로벌한 이슈를 주로 관리해왔다"며 "이제 세월이 흐르면서 세계는 선진국들로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많이 나와 선진국과 신흥국들의 협조가 앞으로 발생할 여러 가지 경제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효과적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모든 경제 문제와 관련해서 G20이 '프리미어 포럼(가장 중요한 논의의 장)'이라는데 의견일치를 했고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는 워킹 그룹을 만들어 확정짓기로 했다"며 "이게 한 시대의 변화고 역사적인 변화"라고 밝혔다. 또 "내년 G20 의장국으로서 한국은 세계 위기 극복과 경제발전에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G20 국내 개최에 따른 경제적인 플러스효과도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용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은 "회의 개최에 따른 직접적인 수요 창출뿐 아니라 부수적인 투자유치,국내 산업 파급효과 등을 감안하면 경제적 효과는 매우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츠버그=홍영식/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