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퀘벡지역 어디를 가나 눈에 띄는 문구가 있다. 자동차 번호판에까지 새겨진 '즈 므 수비앵'(Je me souviens)이다. '나는 기억한다'란 뜻의 이 문구는 퀘벡지역 군인들의 군복에 새겨진 것이었는데 1939년 주의 슬로건으로 채택되었다고 한다. 도대체 무엇을 기억한다는 것일까? 여러가지 해석이 있는데 1759년 영국군 장군 제임스 울프에 의해 퀘벡시티가 함락되면서 이 지역 헤게모니가 영국으로 넘어간 이후에도 정체성을 지켜온 프랑스 전통에 대한 자부심의 표현으로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캐나다 속의 프랑스

사실 퀘벡시티를 중심으로 한 퀘벡은 지극히 프랑스적인 지역이다. 1534년 쟈크 카르티에가 세인트로렌스 강 입구 가스페 반도에 십자가를 꽂으면서 프랑스의 북미지역 식민지인 뉴 프랑스의 기초가 닦였고 1608년엔 사무엘 드 샹플랭이 퀘벡시티에 정착,프랑스란 이름으로 경영해온 곳이 퀘벡시티요 퀘벡인 것이다. 퀘벡시티의 경우 주민의 99%가 프랑스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적어도 문화적으로는 프랑스 도시임을 알 수 있다.

퀘벡시티는 북미지역에서 유일하게 성벽으로 둘러싸인 성곽도시로도 이름 높다. 도시는 캅 디아망이란 제법 높은 강 벼랑을 기점으로 윗마을과 아랫마을이란 뜻의 '오트 빌'과 '바스 빌'로 나뉜다. 오트 빌에서도 둘레 4.6㎞의 성벽으로 둘러싸인 지역과 아랫마을을 합쳐 옛 퀘벡이란 뜻의 '비웨 퀘벡'이라고 한다. 이 비웨 퀘벡에 관광명소가 몰려 있다.

바스 빌의 플라스 로얄(로얄광장)에서 퀘벡시티 여행을 시작한다. 플라스 로얄은 퀘벡시티가 시작된 지점.모피거래가 이루어지던 곳이라고 한다. 작은 광장 한쪽에 퀘벡 최초로 돌로 만든 교회가 자리해 있다. 영국군과의 교전 흔적인 대포알 자국도 남아 있다. 5층짜리 건물 한쪽 벽 전체에 그려진 '프레스코 오브 퀘벡'이 눈에 띈다. 퀘벡의 역사를 표현한 벽화다. 퀘벡 역사에 중요한 인물과 퀘벡의 문화와 자연이 담겨져 있다. 지구본을 들고 있는 자크 카르티에,퀘벡에 처음 정착한 사무엘 샹플랭,퀘벡 최초의 라발 주교,미시시피 강을 발견한 항해자 루이 줄리엣 등이 창문과 계단,골목길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라일락 피는 봄과 아이스하키로 표현되는 여름 등 퀘벡의 아름다운 4계도 담겨 있다. 12명의 아티스트가 2550시간의 작업 끝에 1999년 완성한 그대로라고 한다.

프티 샹플랭 거리는 북미지역 첫번째 상가거리.보석조각,유리공예품 등 이지역 아티스트들의 독창적 기념품을 구경할 수 있다. 45도 벼랑 윗쪽에 성곽으로 둘러싸인 오트 빌이 있다. 옛날에는 증기로 가동됐다는 푸니쿨라로 연결된다. 언덕 위 오트빌의 중심은 샤토 프롱트낙 호텔.캐나디언 패시픽 레일웨이가 1892년 건설을 시작한 객실 600실 규모의 프리시티지 호텔이다. 그 자체로 훌륭한 구경거리다.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의 루즈벨트,영국의 처칠,캐나다의 맥도널드 3인이 회동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감행키로 결정한 역사적인 호텔로도 알려져 있다. 호텔 앞 다름광장은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거리공연으로 즐겁다. 아랫쪽의 트레저리 골목은 옛날 세금을 내기 위해 거쳐야 했던 거리.지금은 화가들이 차지하고 있다.

#공원 같은 섬마을

퀘벡시티에서 동쪽으로 7㎞쯤 떨어져 있는 몽모랑시 폭포도 필수코스다. 세인트로렌스 강을 유람하는 AML크루즈를 타고 강상에서 구경할 수도 있다. 사무엘 샹플랭이 자신의 후원자이며 뉴 프랑스 총독이 된 몽모랑시 공의 이름을 붙였다. 폭포 높이는 83m로 나이아가라 폭포의 두배에 육박한다. 걷거나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구경할 수 있다.

세인트로렌스 강 한가운데에 있는 오를레앙 섬은 깨끗한 전원풍경을 좋아하는 이들의 천국.하나의 다리로 퀘벡시티와 연결되어 있는 섬에서는 프랑스의 농촌 풍경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보존지구로 지정돼 옛 그대로의 집과 성당 등을 볼 수 있다. 7000명의 주민이 사는데 여름에는 9000명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도시에 사는 주민들의 여름별장이 그만큼 많다. 사과와 딸기 등의 과일 산지로 유명하다. 퀘벡시티에 공급되는 농산품이 거의 다 오를레앙 섬에서 나간다고 보면 된다. 사과를 발효시켜 만든 술인 '사이더',사이더에 메이플시럽을 섞은 미스텔,사과로 만든 버터 등도 맛볼 수 있다.

퀘벡시티=김재일기자 kjil@hankyung.com


■ 여행Tip

퀘벡주는 캐나다에서 가장 큰 주다. 세인트로렌스 강폭이 점점 좁아지는 지역의 강변을 따라 도시가 자리해 있다. 퀘벡주 인구는 800만 명.거의 전부가 프랑스계다. 주도는 인구 55만여명의 퀘벡시티.원래는 인구 17만명이었는데 8년 전 주변 도시를 통합해 광역퀘벡시로 커졌다. 한국보다 14시간 늦다. 4~10월은 서머타임을 적용한다. 현금매입 기준 1캐나다달러에 1140원 선.

서울에서 퀘벡시티로 향하는 직항편은 없다. 대한항공의 토론토 직항편(13시간)을 이용해 토론토에서 국내선을 갈아타고 퀘벡시티(1시간30분)로 간다. 에어캐나다를 이용하면 밴쿠버와 몬트리올을 거쳐 퀘벡시티로 들어간다.

AML크루즈(www.croisieresaml.com)를 타고 로렌스강을 유람하며 퀘벡시티를 구경하는 것도 괜찮다. 오를레앙섬에 있는 빌로도농장(www.cideriebilodeau.qc.ca)의 사이더를 알아준다. 모나와 아이들 농장(www.cassismonna.com)에서 블랙커런츠 열매로 만든 와인도 유명하다. 캐나다관광청 한국사무소(02-733-7740),www.canada.travel.퀘벡주 관광청 www.bonjourquebec.com,퀘벡시티 관광청 www.quebecregi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