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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기기 제조업계에서 ㈜파세코(대표 유병진 www.paseco.co.kr)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지난 35년간 '도전'과 '열정'으로 점철된 이 회사의 활약상은 단지 대단하다는 찬사를 넘어 성공기업의 표상으로까지 그만큼 평가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회사의 석유난로 완제품 '캐로나'는 세계시장을 석권한 스테디셀러다. 미국,중동,러시아,유럽 등 세계 40여 나라에 수출돼 전체매출 중 45%를 외화로 벌게 한 효자제품이다. 2004년에는 5000만불 수출탑도 받았다.

이 같은 결실은 유병진 대표의 '역발상 경영'에서 비롯됐다. 1974년 설립 후 첫 제품은 석유난로의 핵심부품인 심지였다. 국산화 기술도 개발했지만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가스난로 등장으로 업계가 침체돼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유 대표는 이를 '기회'로 여겼다. "국내가 아니면 해외에서 팔면 된다는 확신이 있었다"는 것.

그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조금씩 수출 영역을 넓혀가더니 1994년에는 미국 UL 제품안전인증을 받아 국내 최초로 케로센 히터를 현지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이로부터 10년 뒤인 2004년에는 심지식 연소기기 연간 100만대 수출이라는 기록적 성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회사 주소까지 그대로 베낀 중국 모방제품이 늘고 있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유 대표는 "아무리 꼼수를 써도 품질까지는 똑같이 하지 못한다"며 "특화 기술에 기반한 고유의 품질은 우리 제품이 성공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파세코가 수출사업에만 전념했다면 지금처럼 성공한 기업이라는 평가는 얻지 못했을 것이다. 이 회사는 1995년부터 식기건조기 등 가전제품을 조금씩 생산하면서 내수시장의 추이를 살펴왔고,드디어 2000년 빌트인 주방기기 사업에 전격 진출하며 대대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그리고 빌트인 주방가전 '매직 쉐프'와 생활가전 '파세코',빌트인 비데 '자임' 등 제품군을 탄탄히 정비해 국내 영업에 돌입했다. 2001년부터는 삼성전자와 GE로부터 기술력과 품질에 대한 높은 평가를 받아,전략적 제휴를 맺고 식기세척기,김치냉장고,가스쿡탑 등등의 빌트인 가전제품을 공급해오고 있다.

현재 이 회사의 빌트인 가전 제품은 총 63종으로 국내 최다 수준. 지난해엔 세계 최초로 전기식 빌트인 의료건조기를 개발했다. 유 대표는 "시장변화에 따른 위기의식은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원동력"이라며 "변신을 위해서는 기술과 설비,사람에 아낌없이 투자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