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한 주를 보내고 주말을 가족과 함께 지내다 보면 가정이 작은 천국이란 말을 실감하곤 한다. 그러나 필자가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만 해도 산업화가 한창이었다. 국민 모두가 잘살아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밤낮 없이 일했다. 직장 때문에 가정 일에 소홀해도 묵묵히 참아내는 것이 가족의 미덕이었다. 돌이켜보면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리나라가 반세기 만에 GDP(국내총생산) 규모 세계 13위 경제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가정을 희생하며 직장에 청춘을 바친 개발연대의 주역들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요즘 직장 후배들을 보면 가정과 직장을 대하는 우선순위가 이전 세대와는 많이 다르다. 기업이 살아야 가정이 산다고 믿었던 과거와는 달리 가정이 편해야 기업도 성장이 가능하다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이처럼 가정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한편에서는 가족의 구성원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저출산 가정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우리나라 출산율은 1.19명으로 세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좁고 부존자원이 부족한 나라는 인적자원이 경쟁력의 원천이다. 그러나 최근의 저출산 추세는 우리나라가 선진 일류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점에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낮은 출산율은 노동력 감소를 가져와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키고 내수시장을 위축시켜 경제활력을 떨어뜨린다.

우리 사회가 저출산의 늪에 빠진 것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직장여건도 큰 원인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족친화경영이 잘 이뤄지는 나라에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과 출산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가족친화경영을 실시하는 기업의 여성근로자 비율이 높고 출산율도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족친화경영이란 출산이나 양육에 큰 어려움 없이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도록 제도와 여건을 만들어가는 경영전략이다. 근로자가 출산과 육아문제를 걱정하지 않고 일에 전념할 수 있다면 생산성이 올라가고 이는 곧 기업의 경쟁력과 국가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가족친화적인 기업문화 확산은 저출산 추세를 막고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보다 많은 기업이 가족친화적 경영에 나서고 정부도 기업에 대한 지원책 확대 등 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올해부터 이러한 기업문화 확산을 위해 탄력근무제도나 출산 · 양육 휴가제도 등 가족친화경영을 시행하고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가족친화기업 인증제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새싹이 자라 나무가 되고 울창한 숲을 이루듯,새 생명이 많이 태어나서 사회와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는 데 보다 많은 기업들이 동참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상열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sangyeolkim@korcha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