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성 産銀 행장 "요즘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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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유성 산업은행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민 행장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물 건너 갔다고 생각했던 국책은행 산은의 민영화를 이뤄냈고,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시장안전판 역할도 성공적으로 추진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결과 내달 산은 금융지주가 출범하면 초대 회장과 행장의 겸임이 유력하지만 그 전에 민 행장이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지지부진한 기업 구조조정의 해결이다.
민 행장은 지난 4월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대기업 계열사를 산은이 조성하는 사모펀드(PEF)를 통해 사후정산 방식으로 인수,위기를 넘기도록 도와주겠다고 제안했다. 그 해법의 첫 단추가 될 동부그룹계열인 동부메탈 인수협상이 5개월째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자칫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동부메탈의 가치를 놓고 산은은 4000억원 이상은 주기 어렵다는 입장인 반면 동부는 최소 7000억원은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양측은 동부가 추가로 담보를 제공하고 동부메탈의 시장가격이 오르면 담보를 동부가 회수하며,떨어질 경우 산은이 담보를 처분해 차액을 메우는 '언 아웃(earn-out)'방식으로 협상의 진전을 시도했다. 하지만 담보물로 김준기 동부회장의 금융계열사 지분을 요구한 산은의 최후통첩에 동부 측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협상은 열흘 넘게 중단된 상태다. 산은 관계자는 "아직 협상의 틀이 깨진 것이 아니지만 시장가격 이상으론 사줄 수 없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의 성공적인 매각을 통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충격 없이 넘겨야 하는 부담도 민 행장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민 행장의 당초 공언과 달리 유력 인수후보인 포스코와 롯데를 끌어들이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자칫 미국 업체와 글로벌 사모펀드,중동의 국부펀드와 같은 외국계 회사들만으로 경쟁구도를 끌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GM대우의 증자문제도 딜레마에 빠져있다. 대주주인 미국 GM 본사가 2500억원의 증자를 결의하면서 산은의 유동성 지원을 압박하는 형국이지만 GM대우의 장기생존 보장,신기술 개발 참여 및 지적소유권 보장,GM대우 경영에 직접 참가 등 기존의 요구조건 중 어느 것도 얻어내지 못한 채 돈만 보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산은은 GM의 증자 규모는 부채비율이 900%에 달하는 GM대우의 현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된다며 GM의 일방통행식 경영이 계속될 경우 증자에 불참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금융위의 한 간부는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기업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주채권은행장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공언한 상황에서 대기업들의 버티기로 민 행장의 마음이 편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민 행장은 지난 4월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대기업 계열사를 산은이 조성하는 사모펀드(PEF)를 통해 사후정산 방식으로 인수,위기를 넘기도록 도와주겠다고 제안했다. 그 해법의 첫 단추가 될 동부그룹계열인 동부메탈 인수협상이 5개월째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자칫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동부메탈의 가치를 놓고 산은은 4000억원 이상은 주기 어렵다는 입장인 반면 동부는 최소 7000억원은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양측은 동부가 추가로 담보를 제공하고 동부메탈의 시장가격이 오르면 담보를 동부가 회수하며,떨어질 경우 산은이 담보를 처분해 차액을 메우는 '언 아웃(earn-out)'방식으로 협상의 진전을 시도했다. 하지만 담보물로 김준기 동부회장의 금융계열사 지분을 요구한 산은의 최후통첩에 동부 측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협상은 열흘 넘게 중단된 상태다. 산은 관계자는 "아직 협상의 틀이 깨진 것이 아니지만 시장가격 이상으론 사줄 수 없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의 성공적인 매각을 통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충격 없이 넘겨야 하는 부담도 민 행장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민 행장의 당초 공언과 달리 유력 인수후보인 포스코와 롯데를 끌어들이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자칫 미국 업체와 글로벌 사모펀드,중동의 국부펀드와 같은 외국계 회사들만으로 경쟁구도를 끌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GM대우의 증자문제도 딜레마에 빠져있다. 대주주인 미국 GM 본사가 2500억원의 증자를 결의하면서 산은의 유동성 지원을 압박하는 형국이지만 GM대우의 장기생존 보장,신기술 개발 참여 및 지적소유권 보장,GM대우 경영에 직접 참가 등 기존의 요구조건 중 어느 것도 얻어내지 못한 채 돈만 보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산은은 GM의 증자 규모는 부채비율이 900%에 달하는 GM대우의 현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된다며 GM의 일방통행식 경영이 계속될 경우 증자에 불참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금융위의 한 간부는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기업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주채권은행장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공언한 상황에서 대기업들의 버티기로 민 행장의 마음이 편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