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남서쪽 빌머스도르프 지역 마리 퀴리 김나지움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오전 8시부터 수십 명의 시민들이 줄을 서서 차례로 한 표를 행사했다. 이 지역에 살고 있는 대학생 한스 빌머켄씨(18)는 "지금처럼 대연정이 계속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사회민주당(SPD) 쪽을 지지하고 있다"며 "우파 연정이 이뤄질 경우 원전 건설 등 여러 부문에서 사회 · 정치적으로 많은 후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총 29개 정당이 참여한 이번 총선에선 만 18세 이상 독일 유권자 6220만명이 지역구(299석)와 주별 비례대표(299석)를 포함한 총 598명의 하원(분데스타크) 의원을 뽑았다. 여론조사 결과 기독교민주당(CDU)-기독교사회당(CSU) 연합이 승리하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연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기사 연합의 지지율은 35% 수준이며 그 뒤를 좌파 성향의 사민당이 26%,우파 성향의 자유민주당(FDP)이 13%가량으로 뒤쫓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연임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만 총선 뒤 연정이 어떤 식으로 구성될지는 미지수다. 메르켈 총리는 기민-기사-자민 등 이른바 중도우파 연합을 바라고 있지만 3개 정당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50%에 못 미친다. 이들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보수 연정을 꾸리기는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기민당과 기사당의 보수 연정이냐 기민당과 사민당의 대연정이냐를 놓고 박빙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한편 이날 실시된 포르투갈 총선에선 주제 소크라테스 총리가 이끄는 집권 사회당이 승리할 전망이지만 과반 의석 확보에는 실패할 것으로 예상됐다. 선거 직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사회당은 38%의 지지율로 중도우파인 사회민주당(30%)을 근소한 차로 앞섰다.
베를린=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