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지역 주민들이 정비계획 수립 및 설계에 직접 참여하는 재개발 실험이 처음 진행된다. 현재 노후 · 불량주택이 밀집한 성북구 정릉골 일대를 1400채의 주거 단지로 재개발하는 이 사업을 위해 서울시는 작년 5월 민 · 관 · 학이 공동 참여하는 협의체를 처음으로 구성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재개발은 대부분 기존 마을을 싹 허물고 새로 건설하는 것이었지만 이번 사업은 3개월여에 걸친 마을 실측조사 및 주민 인터뷰 등을 통해 기존 길과 마을의 역사,여러 흔적들을 그대로 보존해 옛 마을의 기억을 연속시키는 최초의 정비사업"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성북구 정릉3동 757 일대 20만3965㎡에 달하는 정릉골 일대를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의 공동주택(1400채) 단지로 재개발하는 내용의 정비계획을 수립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공람 공고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올 연말까지 확정될 예정이다.

이곳은 그동안 고층 · 고밀개발에 따른 지형 및 자연환경 훼손의 폐해를 막고자 지난해 5월 특별경관관리 시범사업지로 선정됐으며 이어 총괄계획가(MP),특별경관관리 설계자,자문MP위원 등 전문가 집단과 지역주민 대표 등으로 구성된 주민협의회(21인)가 발족됐다.

이 기구를 통해 주민들이 정비계획 수립과 설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번 정비계획안은 작년 11월 실시된 지명초청 설계경기 공모 당선안을 바탕으로 수립됐다.

삼각산(북한산)의 능선과 지형에 순응함으로써 산마을 풍경 및 삼각산의 경관을 원형 그대로 살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4층 이하 저층으로 계획된 공동주택은 구릉지인 지형적 특성을 고려해 건물의 높낮이를 달리한 계단형,가로에 평행하게 배치하는 포디움형(Podium · 가로대응형),중앙에 정원을 넣은 바위형(중정형),아랫집 지붕이 마당이 되는 테라스형 등 다양한 형태로 설계됐다.

서울시 주거정비과 관계자는 "이처럼 다양한 주거 유형 도입은 토지의 이용효율을 높이고 1200여세대(세입자 포함)에 달하는 이곳 원주민들의 재정착률 상승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구역에는 또 친환경 주거단지로 조성하고자 커뮤니티 가든,옥상 벽면 녹화,투수형 포장,생태 연결 통로 등이 설계됐으며 '패시브 하우스(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 주택)' 적용도 검토 중이다.

아울러 구역 내에는 주민들이 공동으로 마을에 대한 연구 · 조사와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 하우스인 '거북바위 집'도 설치된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