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각종 경기지표 호전 움직임에도 불구하고,실물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공장 등 대형 경매물건이 크게 늘었다. 감정가 290억원대의 조선소까지 경매시장에 나오면서 올 들어 9월까지 공장 경매 낙찰금액만 1조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28일 부동산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조선소를 포함한 공장 경매건수는 총 3657건으로 작년(2693건)보다 35.8%나 증가했다. 하지만 경매로 팔려나간 공장은 1조1145억원(낙찰가 총액)으로 작년(9259억원)보다 20% 증가에 그쳤다.

이들 공장 경매물건의 상당수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내수와 수출이 막히고 금융기관이 대출을 옥죄던 작년 겨울의 한파를 이기지 못하고 올초부터 봄 사이 경매 신청된 것들이다. 부산 사하구 구평동에 있는 중견조선업체 원영조선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 회사는 세계적인 조선 · 해운 시황의 악화로 신규 선박 발주가 급감하자 바로 경영위기에 봉착,작년 9월 부산지방법원에 경매물건으로 넘어갔다. 당초 4월에 첫 경매가 실시될 예정이었지만 채권단이 감정가가 너무 낮다며 재감정을 요구하는 바람에 지난 8월 27일에야 1회차 경매가 실시됐다. 그러나 부산 감천항만의 공장부지(2만1614㎡)와 공장건물(1704㎡),선박 관련 기계 · 기구 등을 합쳐 감정가만 290억6700만원에 달하는 큰 물건이어서 1회차 경매는 유찰되고 말았다. 다음 달 1일의 2회차 경매는 232억5300만원의 최저가에서 시작된다.

원영조선처럼 감정가 50억원 이상의 대형 공장경매 물건이 올 들어 특히 늘어나고 있다. 50억원 이상 공장 경매물건은 작년 1~9월엔 159건이었으나 올 1~9월엔 177건으로 증가했다.

경매로 나온 공장의 업종과 지역도 다양하다.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주방 및 거실 붙박이가구 전문업체인 D기업의 공장도 지난 1월 경매 신청됐다. 땅 9302㎡와 공장면적 1만0924㎡,기계 65점 등이 감정가 175억원으로 경매에 부쳐져 지난 7월 말 127억500만원에 낙찰됐다. 주인을 찾은 건 다행이지만 경매를 신청한 채권단의 채권액(242억원)에 훨씬 못미치는 낙찰가여서 불황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음을 알 수 있다. LCD 공정장비와 반도체 제조용 생산장비를 만드는 경기 화성시의 K공장도 지난 15일 140억원에 팔렸다.

올 하반기 들어 경기호전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공장 경매진행 건수는 여전히 월 단위로 400건을 넘고 있다. 9월 공장 경매건수는 8월의 427건보다 소폭 줄어든 404건이지만 연초처럼 다시 300건대 밑으로 내려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지옥션의 강은 팀장은 "최근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비율)이 60%대에서 70%대 초반으로 회복되고 있지만 예년 수준인 70%대 후반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낙찰률(경매진행건수 대비 낙찰건수)도 아직 30%대 초반이어서 경기호전을 체감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