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28일 펀드 판매수수료 법정 상한선을 대폭 인하한 것은 은행과 증권사 등 대형 판매회사들이 투자자들의 부담 경감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동안 금융업체들의 자율적인 인하를 유도하는 정책들을 여럿 내놓았지만 성과가 부진하자 강제조치를 동원했다는 평가다.

◆1000만원 투자때 3년 수수료 37만원

금융위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5.0%였던 판매수수료와 판매보수의 법정 상한선을 각각 2%와 1%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장기투자시 수수료를 깎아주는 방식의 '체감식 판매보수(CDSC프로그램)'를 적용하는 펀드는 판매보수를 1.5%까지 받을 수 있지만,이 경우도 2년 이내에 1.0% 이하로 인하해야 한다.

공모주식형펀드 전체의 평균 판매보수율은 올 5월 말 현재 1.26%다. 이는 2006년 말 1.40%보다는 소폭 낮아진 것이지만 2007년 말 1.23% 이후 3년째 엇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은행 등 거대 판매회사들이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인하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위의 시각이다. 홍영만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그동안 자율적으로 인하를 유도해 왔지만 효과가 미미해 법적인 조치에 나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근 달라진 펀드 투자환경도 감안됐다는 분석이다. 내년부터는 펀드투자시 투자금액의 0.3%에 달하는 증권거래세를 물어야 하는 데다 최근 펀드 해지도 증가하고 있어 투자비용 경감차원의 수수료 인하가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규제개혁위원회 법제처 등의 심사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이르면 10월 말,늦어도 11월이면 시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위는 1000만원을 투자하는 경우 3년간 물어야 하는 수수료가 45만원에서 37만원으로 18%가량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가 새 펀드에만 적용된다고 하지만 기존 펀드 중 새로 정한 기준을 웃도는 경우가 꽤 있어 이들 펀드는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기업인수목적회사 관심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 스팩)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육성하기 위한 조치다. 스팩이란 공신력 있는 금융회사나 M&A(인수합병) 전문가 등이 다른 기업과의 합병을 목적으로 설립한 명목상의 주식회사(페이퍼컴퍼니)다. 이 회사는 자본금의 30% 이상을 일반 투자자에게 분산하는 등의 공모과정을 거쳐 한국거래소에 상장된다. 이후 3년 이내에 대상 기업을 선정해 합병을 통해 상장을 지속시키는 방식이다. 투자자는 언제든지 증시에서 주식을 팔아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금융위는 이 과정에서 스팩 지분 5% 이상은 반드시 증권회사에서 보유하도록 해 책임있는 투자를 유도할 방침이다. 홍 국장은 "지금까지는 기업이라는 실체가 있어야 상장할 수 있었지만 스팩은 '돈 지갑'이 상장되는 새로운 방식"이라며 "이를 통해 증권사들이 IB 관련 업무를 할 수 있게 돼 글로벌 금융회사로 도약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유럽 등 선진 해외시장에서는 스팩제도가 활성화돼 있다. 미국의 경우 2003년부터 시작돼 161개의 스팩이 기업을 공개했고,그 중 91개사가 M&A를 완료했거나 추진 중이다. 유럽 내 거래소에도 12개의 스팩이 상장돼 있다.

피합병기업 입장에선 자금력을 갖춘 새 주인을 맞을 수 있어 업계 반응도 긍정적이다. 남기천 대우증권 상무는 "스팩제도 도입은 금융투자회사들에는 좋은 투자 기회와 경험을 쌓게 하고 중소기업은 새로운 상장통로를 얻는 '윈 윈' 효과가 기대된다"며 환영했다.

◆구조조정 위해 사모펀드 규제 완화

금융위는 또 기업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사모투자펀드(PEF)규제 완화도 시행령 개정안에 반영키로 했다.

우선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회사재산의 50% 이상을 투자하는 외국회사(특수목적회사 포함)에 대해 PEF가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키로 했다. PEF가 펀드자산의 50% 이상을 사회기반시설(SOC)에 직접 투자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지금은 민간투자회사법상 SOC 투자는 SOC 투자회사가 발행한 증권투자만 할 수 있다.

또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50% 이상 투자할 경우 200%인 현행 차입 한도를 300%로 상향해줄 방침이다. PEF가 경영권 인수목적이 아니더라도 투자할 수 있는 자산에 '시설 및 설비'도 포함시켰다.

이와 함께 헤지펀드 도입을 위한 전단계로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도 일부 완화된다. 금융위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투자하는 사모펀드의 금전차입 한도를 현행 펀드재산의 10% 이내에서 300% 이내로 확대키로 했다. 채무보증도 50% 이내에서 허용할 방침이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