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노사상생 △금속노조와의 관계 재정립 △무(無)선동 △조합원 중심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제2 노동운동'을 통해 '변화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했다. 이경훈 현대차지부 3대 지부장 당선자는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금속노조가)1년 12개월간 파업을 결의해 무분별한 정치파업을 한다면 현장 조합원들이 동의할까"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이런 문제 때문에 조합원들의 원성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가 주도해온 기존 강경투쟁 일변도의 노선과 거리를 둘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노사 상생의 가능성 열어

이 당선자는 "회사는 조합원의 삶의 질과 평생고용을 보장하고 노조는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노사가 윈윈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노조 역사상 집행부 수장이 '노사 윈윈'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역대 집행부가 출범하면서부터 투쟁을 외치던 것과 달리 '노사 상생'의 가능성을 먼저 열어놓은 것이다. 한 노동 전문가는 "조합원의 삶의 질과 평생고용 보장은 노조 본연의 목적"이라며 "무분별한 정치적 구호 대신 노동운동 본질에 입각한 조건을 내건 것은 '노사 상생'에 무게를 두는 진일보한 방향 설정"이라고 평가했다.

이 당선자는 "회사가 세계 4위 자동차 기업에 걸맞은 올해 임단협안을 제시하면 노조도 그에 화답할 것"이라며 회사 측의 성의를 촉구했다. 이 당선자는 또 최근 주문이 폭주하고 있는 신형 쏘나타 생산부족 문제와 관련,"필요하다면 아산공장의 일부 물량을 울산공장으로 이관하는 문제를 회사와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와 거리 두기

이 당선자는 "유럽의 산별노조가 완성되기까지 최소 100년 이상 걸렸다"면서 "개별기업의 고용이나 임금,복지와 관련한 금속노조의 단결권,교섭권,체결권을 받아 현대차노조가 책임지고 협상해야 한다"며 "만약 그렇게 안 된다면 차후 조합원의 의사를 물어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여 향후 금속노조 탈퇴 등의 초강경 조치도 불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당선자는 또 금속노조에 내는 맹비도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100억원의 현대차 조합비 중 43억원을 금속노조에 내고 있지만 1년 12개월 파업에만 동원되는 등 조합원들이 제대로 혜택을 본 게 없다"면서 예산 배분 문제도 재검토가 필요함을 주문했다.

◆윤곽 드러낸 제2 노동운동

이 당선자는 선거공약에서 "현장 활동가들이 자기 헌신과 실천 없이 선언과 선동만으로 대중 위에 군림해온 게 사실"이라며 "자주적이고 독립된 노동운동 실천을 위해 노조 내부 개혁에 나설 것"을 공언했다. 노조개혁을 위한 실천이 '제2 노동운동'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제2 노동운동'은 노사화합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현대중공업노조의 벽을 뛰어넘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당선자는 이미 현대차노조 내 각 현장조직 계파들에도 "기존 정파운동의 한계를 뛰어넘어 조합원과 국민들에게 희망을 던져주는 제2 노동운동에 참여해달라"고 제안해 놓고 있다. 노동전문가들은 이 당선자의 이런 정책기조가 현대중공업노조의 변화와 유사한 흐름을 탈 것으로 보고 있다. 2003년 현중노조가 실리 노선으로 급반전한 것도 상급단체와의 '거리 두기'와 노조 내부 개혁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