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극장가는 연휴 기간이 짧은 데다 대작들도 별로 없다. 그나마 무협 멜로 '불꽃처럼 나비처럼'과 멜로 '내 사랑 내곁에' 등 한국영화들이 흥행 레이스를 앞서가고 있다.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한 '써로게이트',제라드 버틀러가 나선 '게이머',추억의 명화를 리메이크한 '페임' 등 할리우드영화들이 추격하는 형세다.

●불꽃처럼 나비처럼

조선 말기 격동의 시대를 배경으로 명성황후(수애)와 호위무사(조승우)의 슬픈 사랑을 그린 무협 멜로.두 주인공의 인연과 사랑을 중심으로 삼아 호위무사와 그의 호적수인 이뇌전(최재웅)의 검술 대결,대원군 휘하 1만명의 군대 등과의 전투 신이 곁들여진다. 하이라이트는 일본 낭인들이 명성황후를 시해하는 라스트 신.조승우가 입대하기 전에 출연한 마지막 작품인 데다 수애가 데뷔 후 첫 베드신에 도전했다. '분홍신'의 김용균 감독의 신작.

●내 사랑 내 곁에

온몸이 마비되는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종우와 그를 사랑하는 장례지도사 지수의 절절한 사랑을 그린 최루성 멜로.종우 역 김명민이 20㎏을 감량해 화제를 뿌렸고 1000만명을 동원한 '해운대'의 하지원이 지수 역으로 눈물 연기를 해냈다. 미래야 어떻건 사랑은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너는 내운명'과 '그놈 목소리' 등을 히트시킨 박진표 감독의 신작.

●날아라 펭귄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영화.제목만큼이나 귀엽고 유쾌한 이야기다. 조기영어교육과 직장 내 차별，기러기 아빠，황혼이혼 등의 세태를 따스한 시선과 웃음으로 버무려냈다.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인권영화란 게 강점.문소리 박원상 박인환 정혜선 등이 출연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임순례 감독.

●써로게이트

'써로게이트'란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모든 외부활동을 하는 가까운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SF액션.브루스 윌리스가 미궁에 빠진 써로게이트 살인사건을 수사하다가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게 된다. 윌리스가 조사관 '그리어'와 그의 써로게이트로 1인2역 액션연기에 도전했다. '터미네이터 3'의 조나단 모스토우 감독 신작.

●게이머

가까운 미래 사회에서 실제 사형수들이 게임 속 캐릭터가 돼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내용을 담은 SF액션.'300'의 근육질 전사 제라드 버틀러가 액션을 선보인다. 그러나 이종격투기를 보는 정도의 재미만 줄 뿐 감동과 스릴을 담아내기에는 역부족.한국계 배우 아론 유도 출연했다.

●페임

1980년대 알란 파커 감독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노래，춤，연기，연출 등 예술 분야에서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뉴욕 예술 학교에 지원한 인재들의 성취와 좌절，사랑과 우정을 그린 음악영화.세대를 초월해 함께 즐길 수 있는 게 강점.부모들은 추억의 명화를 다시 보고,젊은 세대들은 힙합 등으로 새롭게 스타일 바뀐 음악들을 만나는 기회.

●'짱구는 못말려; 태풍을 부르는 노래하는 엉덩이 폭탄'

TV시리즈를 통해 국내에 소개된 지 10년 만에 국내 극장에 첫선을 보이는 일본 애니메이션.온우주에서 떨어진 '엉덩이 폭탄'이 흰둥이(개)의 엉덩이에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엉덩이 폭탄이 지구를 폭파시킬 수 있는 무시무시한 위력을 지녔는데….최근 실족사로 숨진 우스이 요시토의 만화가 원작.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