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실용주의 선언한 현대차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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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의 덫에 빠져 있던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노조)의 이경훈 지부장 당선자가 금속노조를 비판하고 실용주의 노선을 선언하자 많은 국민들이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다. "현대차 노조도 이제 변하겠구나 " 하는 기대감에서다. 그는 "우리(노조) 일을 금속노조에 맡겨두지 않겠다. 단결권,단체교섭권을 위임받아 독자적으로 해결하겠다"며 금속노조와의 결별을 시사했다. 일년 내내 파업결의와 정치투쟁을 일삼는 금속노조와 거리를 두겠다는 얘기다.
현대차노조는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온갖 문제점이 함축돼 있는 곳이다. 민주노총의 연대파업 때는 맨 앞 선봉대에서 투쟁깃발을 올리고 조직내부로는 여러 계파가 난립,주도권싸움에 몰두하는 정치집단화된 조직이다. 여기에다 1987년 창립된 이래 1994년 한 해만 빼놓고 매년 파업을 벌인 '파업중독 노조'다. 지금까지 붉은 머리띠를 매고 파업에 나선 날만 해도 366일에 달한다. 이로 인한 매출손실액은 9조5211억원.연봉 4600만원짜리 근로자 1000명을 20년간 고용할 수 있는 액수다.
수십만 협력업체 직원들은 현대차노조의 파업이 벌어질 때마다 일감이 없어져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울산시민들 역시 앉아서 많은 경제적 손실을 입어왔다.
현대차노조와 같은 파괴적 운동행태는 세계 노동운동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투쟁을 통해 실리를 챙기는 '전투적 실용주의'는 선진국에선 과거 유물로 남아 있다. 오죽했으면 유럽의 노동단체 간부가 민주노총 간부에게 "파업동력이 넘치는 한국의 노동운동이 부럽다"는 비아냥 섞인 칭찬을 했을까.
사실 글로벌 경제전쟁이 한창인 요즘 기업의 발목을 잡는 노조는 우리나라를 빼곤 찾아보기 힘들다. 노조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비즈니스 파트너로 바뀐 지 오래다. 자본을 '주적(主敵)'으로 삼는 계급투쟁 세력은 거의 사라진 상태다. 현대차 노조원들이 실용주의 리더십을 선택한 것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가 제3의 노동운동,즉 실용주의 노선(business unionism)을 선언함으로써 국내 노동운동에도 급격한 변화가 기대된다. 일선노조원들은 정치투쟁,이념투쟁에 신물이 나 있는 상태여서 상생의 노동운동을 그 어느 때보다 바라고 있다. 노동현장에서 노조간부의 실용주의 리더십,변혁적 리더십이 새롭게 인기를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노총의 탈퇴도미노 현상도 이러한 현장조합원들의 달라진 정서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요즘 기업의 경쟁력을 창출하고 사회적 책무를 함께 생각하는 '창조적 조합주의(creative unionism)'에 관심을 보이는 노조들이 늘고 있다. LG노조는 얼마 전 '노조의 사회적 책무(USR · union social responsibility)'에 나설 것을 결의해 노동계 안팎의 주목을 끌었다.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활동과 함께 기업의 발전을 이끌겠다는 게 USR의 골자다.
이러한 분위기를 유지,확산시키려면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노 · 사 · 정 간의 핫이슈인 '복수노조,전임자'문제도 명분과 체면보다는 실용주의적 노동운동과 노사 안정 차원에서 검토돼야 할 것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
현대차노조는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온갖 문제점이 함축돼 있는 곳이다. 민주노총의 연대파업 때는 맨 앞 선봉대에서 투쟁깃발을 올리고 조직내부로는 여러 계파가 난립,주도권싸움에 몰두하는 정치집단화된 조직이다. 여기에다 1987년 창립된 이래 1994년 한 해만 빼놓고 매년 파업을 벌인 '파업중독 노조'다. 지금까지 붉은 머리띠를 매고 파업에 나선 날만 해도 366일에 달한다. 이로 인한 매출손실액은 9조5211억원.연봉 4600만원짜리 근로자 1000명을 20년간 고용할 수 있는 액수다.
수십만 협력업체 직원들은 현대차노조의 파업이 벌어질 때마다 일감이 없어져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울산시민들 역시 앉아서 많은 경제적 손실을 입어왔다.
현대차노조와 같은 파괴적 운동행태는 세계 노동운동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투쟁을 통해 실리를 챙기는 '전투적 실용주의'는 선진국에선 과거 유물로 남아 있다. 오죽했으면 유럽의 노동단체 간부가 민주노총 간부에게 "파업동력이 넘치는 한국의 노동운동이 부럽다"는 비아냥 섞인 칭찬을 했을까.
사실 글로벌 경제전쟁이 한창인 요즘 기업의 발목을 잡는 노조는 우리나라를 빼곤 찾아보기 힘들다. 노조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비즈니스 파트너로 바뀐 지 오래다. 자본을 '주적(主敵)'으로 삼는 계급투쟁 세력은 거의 사라진 상태다. 현대차 노조원들이 실용주의 리더십을 선택한 것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가 제3의 노동운동,즉 실용주의 노선(business unionism)을 선언함으로써 국내 노동운동에도 급격한 변화가 기대된다. 일선노조원들은 정치투쟁,이념투쟁에 신물이 나 있는 상태여서 상생의 노동운동을 그 어느 때보다 바라고 있다. 노동현장에서 노조간부의 실용주의 리더십,변혁적 리더십이 새롭게 인기를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노총의 탈퇴도미노 현상도 이러한 현장조합원들의 달라진 정서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요즘 기업의 경쟁력을 창출하고 사회적 책무를 함께 생각하는 '창조적 조합주의(creative unionism)'에 관심을 보이는 노조들이 늘고 있다. LG노조는 얼마 전 '노조의 사회적 책무(USR · union social responsibility)'에 나설 것을 결의해 노동계 안팎의 주목을 끌었다.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활동과 함께 기업의 발전을 이끌겠다는 게 USR의 골자다.
이러한 분위기를 유지,확산시키려면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노 · 사 · 정 간의 핫이슈인 '복수노조,전임자'문제도 명분과 체면보다는 실용주의적 노동운동과 노사 안정 차원에서 검토돼야 할 것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