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가 글로벌 에너지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결정한데 대해 시장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통상 유상증자는 대표적인 기업의 자금조달 방안 중 하나로 증자 자금을 통한 신사업 진출이나 재무건정성 확보 측면에서는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이슈다.

하지만 대규모 신주발행이 뒤따라 단기적으로는 오버행 이슈(물량부담)에 따른 기존 주주가치 훼손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30일 증권업계에서는 한국가스공사가 전날 밝힌 대규모 유상증자에 대해 주주가치 훼손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를 주장하는 쪽과 가스공사 대형화를 위한 것으로 과거에 이미 가능성을 언급해온 만큼 악재가 아니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따라서 이번 대규모 유상증자 이슈가 한국가스공사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전날 글로벌 에너지기업 변신을 위한 자본확충을 위해 오는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2조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자본규모를 4조원에서 8조원으로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대신증권은 대규모 유상증자로 주주가치 훼손이 불가피하다며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로 하향 조정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가스공사의 유상증자 결정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이지만 기존 주주가치 훼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향후 주가 상승여력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양 애널리스트는 "해외자원개발사업확대와 미래에너지사업육성, 악화된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기존 주주들의 입장에서 주주가치의 훼손은 불가피하고 유증 이전에 자사주 유동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오버행(물량부담) 이슈가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한국가스공사의 유상증자 이슈는 악재가 아니라 호재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가스공사는 글로벌 에너지기업으로 변신을 위한 자본확충을 위해 오는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유상증자와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면서 "과거부터 유상증자도 가스공사 대형화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언급을 해온 만큼 유상증자 발표는 새로울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상증자로 감소하는 주주가치는 미미한 반면 증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무형의 이익은 커 긍정적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우리투자증권도 "4조원 규모의 증자를 추진한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는 현 시점에서 볼 때 부정적 요인은 없다"고 판단했다.

이 증권사 이창목 연구원은 "최근 가스공사가 유상증자를 통해 2조원을 조달하고 자산재평가, 이익잉여금 제고 등을 통해 2조원 정도 자본을 추가로 늘린다는 내용의 증자 관련 보도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만약 가스공사가 자금에 대한 명확한 사용처가 없는 상태에서 증자를 실시한다면 부정적인 내용임에 틀림없다"면서도 "그러나 공시내용과 가스공사측 의견 등을 종합해보면 현 시점에서 부정적 요인은 없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증자검토는 현재 원론적인 수준인데다 어떠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는 상태"라며 "앞으로 증자는 수익성 좋은 해외자원개발 프로젝트가 발생했을 경우에 한해 거기에 필요한 자금수요에 맞게 규모를 결정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익성 높은 투자처에 사용하기 위한 증자는 기업가치에 해가 될 것이 없어 보인다고 이 연구원은 덧붙였다.

한편 30일 장 개시전 동시호가에서 한국가스공사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