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건국 60주년] (上) '병든 거인'서 G2 도약…공산당+자본주의 '불안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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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기로에 선 개혁ㆍ개방
중국 쓰촨성 쓰펑이 고향인 왕핑 양(18).그는 베이징 차오양구에 있는 쓰촨음식점의 종업원이다. 자신의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을 한 끼 밥값으로 내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르는 일을 한다. 식당에서 먹고 자며 받는 한 달 봉급은 1100위안(약 20만원).미성년자로 불법 취업을 했던 작년까진 900위안을 손에 쥐었다. 그는 월급의 절반 가까운 500위안을 고향의 부모에게 보낸다. 중국 농민들의 작년 말 현재 월평균 소득인 397위안보다 훨씬 큰 돈이다.
건국 60주년을 맞은 중국.'아시아의 병든 거인'에서 'G2(주요 2개국)의 나라'가 되는 기적을 이룬 60년이다. 그러나 화려한 겉모습만큼이나 탄탄한 사회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말하긴 힘들다. 오히려 '부강한 중국'과 '약점 투성이 중국'이 함께 만들어진 기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의 소외감을 해소하고 민주주의가 발전했다고 느낄 수 있을 만큼 부패를 척결하는 대개혁이 필요하다"(마오쩌둥의 전 통역관인 시드니 리텐버그),"13억인구 중 2억명이 실업 상태인 나라는 제대로 통치될 수 없다"(홍콩대 조지프 청 교수) 등 전문가들은 개혁 · 개방에 버금가는 대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건국과 시장경제 도입에 필적할 만한 3차혁명이 절박하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의 현 체제는 '공산당에 의한 자본주의'라는 기묘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공산당 집권을 안정화하는 대신 자본주의를 도입해 경제를 발전시키는 '좌우동거'체제다. 1978년 공산당은 서방의 자본을 받아들이고,민영기업을 허용하는 대변신을 단행했다. 자본가를 공산당원으로 받아들이는 파격도 서슴지 않았다. 그 결과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발전하는 나라'였다. 국내총생산(GDP) 세계 3위의 경제대국,세계 최고의 외환보유국,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이 모든 성과는 2차혁명인 개혁 · 개방의 산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들이 사회주의 본령인 노동자 · 농민의 희생 위에서 만들어진 것도 사실이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 비즈니스 환경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저임금이 이를 역설적으로 설명한다. 개혁 · 개방을 하던 당시만 해도 2.37배였던 도농 간의 소득 격차는 작년 말 현재 3.33배로 벌어졌다. 프랑스의 유명한 미래학자인 기 소르망은 이 같은 현상을 '중국판 신성동맹'이라고 빗대어 표현했다. 적대국이었던 러시아와 독일이 프랑스혁명의 전파를 막기 위해 동맹했던 것처럼 공산당의 좌파와 우파는 힘을 합쳤다. 문화대혁명으로 국가의 존립 기반이 위태롭자 경제발전이란 명분 아래 뭉쳤고 이는 농민과 노동자의 희생을 요구했다.
그러나 건국 60주년을 맞은 지금 좌우파의 신성동맹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을 전후로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집단시위가 이를 방증한다. 통제된 언론 때문에 잘 보도되진 않지만 작년에 적어도 8만건 이상의 집단시위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수민족의 분리독립운동을 제외하더라도 빈부격차와 부정부패 그리고 최근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납중독 사건과 같은 환경오염은 사회불안을 가중시킨다. 최근의 집단시위를 조정할 정치적 세력은 형성되지 않았지만,중국왕조의 흥망이 민란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중국 지도부로서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일임에 틀림없다. 후진타오 현 국가주석이 성장과 분배의 조화란 국정이념을 내건 배경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는 노동자 임금 억제 등의 정책을 생성시키며 분배보다는 성장에 다시 방점을 찍게 만들었다.
중국 공산당은 건국 60주년을 앞두고 열린 공산당 중앙정치국 전체회의에서 반부패와 당내 민주화를 새로운 아젠다로 내걸었다. 그렇지만 "실행 방식이 구체화되지 못하면서 한계를 분명히 드러냈다"(홍콩 정치평론가 조니 어워시)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방에선 민주주의 도입이 최선이라고 지적한다. '공산당의 영도원칙'을 헌법 전문에 박아놓은 중국 공산당은 자신들의 집권이란 전제 아래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제3의 혁명'에 대한 시각은 이렇게 안과 밖이 다르다.
분명한 것은 "환갑을 맞은 공산당의 중국은 지금 '도약이냐 추락이냐'는 중대한 분기점에 와 있다"(홍콩 중국정치경제연구소 왕치밍 부소장)는 것이다. 서구식 민주주의가 만병통치약일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절대권력의 부패와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제3의 혁명에 대한 필요성을 중국 공산당도 절박하게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건국 60주년을 맞이해 또 다른 변신을 추구하는 중국 공산당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두고볼 일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
건국 60주년을 맞은 중국.'아시아의 병든 거인'에서 'G2(주요 2개국)의 나라'가 되는 기적을 이룬 60년이다. 그러나 화려한 겉모습만큼이나 탄탄한 사회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말하긴 힘들다. 오히려 '부강한 중국'과 '약점 투성이 중국'이 함께 만들어진 기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의 소외감을 해소하고 민주주의가 발전했다고 느낄 수 있을 만큼 부패를 척결하는 대개혁이 필요하다"(마오쩌둥의 전 통역관인 시드니 리텐버그),"13억인구 중 2억명이 실업 상태인 나라는 제대로 통치될 수 없다"(홍콩대 조지프 청 교수) 등 전문가들은 개혁 · 개방에 버금가는 대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건국과 시장경제 도입에 필적할 만한 3차혁명이 절박하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의 현 체제는 '공산당에 의한 자본주의'라는 기묘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공산당 집권을 안정화하는 대신 자본주의를 도입해 경제를 발전시키는 '좌우동거'체제다. 1978년 공산당은 서방의 자본을 받아들이고,민영기업을 허용하는 대변신을 단행했다. 자본가를 공산당원으로 받아들이는 파격도 서슴지 않았다. 그 결과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발전하는 나라'였다. 국내총생산(GDP) 세계 3위의 경제대국,세계 최고의 외환보유국,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이 모든 성과는 2차혁명인 개혁 · 개방의 산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들이 사회주의 본령인 노동자 · 농민의 희생 위에서 만들어진 것도 사실이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 비즈니스 환경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저임금이 이를 역설적으로 설명한다. 개혁 · 개방을 하던 당시만 해도 2.37배였던 도농 간의 소득 격차는 작년 말 현재 3.33배로 벌어졌다. 프랑스의 유명한 미래학자인 기 소르망은 이 같은 현상을 '중국판 신성동맹'이라고 빗대어 표현했다. 적대국이었던 러시아와 독일이 프랑스혁명의 전파를 막기 위해 동맹했던 것처럼 공산당의 좌파와 우파는 힘을 합쳤다. 문화대혁명으로 국가의 존립 기반이 위태롭자 경제발전이란 명분 아래 뭉쳤고 이는 농민과 노동자의 희생을 요구했다.
그러나 건국 60주년을 맞은 지금 좌우파의 신성동맹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을 전후로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집단시위가 이를 방증한다. 통제된 언론 때문에 잘 보도되진 않지만 작년에 적어도 8만건 이상의 집단시위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수민족의 분리독립운동을 제외하더라도 빈부격차와 부정부패 그리고 최근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납중독 사건과 같은 환경오염은 사회불안을 가중시킨다. 최근의 집단시위를 조정할 정치적 세력은 형성되지 않았지만,중국왕조의 흥망이 민란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중국 지도부로서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일임에 틀림없다. 후진타오 현 국가주석이 성장과 분배의 조화란 국정이념을 내건 배경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는 노동자 임금 억제 등의 정책을 생성시키며 분배보다는 성장에 다시 방점을 찍게 만들었다.
중국 공산당은 건국 60주년을 앞두고 열린 공산당 중앙정치국 전체회의에서 반부패와 당내 민주화를 새로운 아젠다로 내걸었다. 그렇지만 "실행 방식이 구체화되지 못하면서 한계를 분명히 드러냈다"(홍콩 정치평론가 조니 어워시)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방에선 민주주의 도입이 최선이라고 지적한다. '공산당의 영도원칙'을 헌법 전문에 박아놓은 중국 공산당은 자신들의 집권이란 전제 아래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제3의 혁명'에 대한 시각은 이렇게 안과 밖이 다르다.
분명한 것은 "환갑을 맞은 공산당의 중국은 지금 '도약이냐 추락이냐'는 중대한 분기점에 와 있다"(홍콩 중국정치경제연구소 왕치밍 부소장)는 것이다. 서구식 민주주의가 만병통치약일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절대권력의 부패와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제3의 혁명에 대한 필요성을 중국 공산당도 절박하게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건국 60주년을 맞이해 또 다른 변신을 추구하는 중국 공산당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두고볼 일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