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쇼'는 자동차 마니아라면 언제나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 흔치 않은 행사입니다.

여러 신차들이 등장하고 그에 따른 산업적 효과도 만만치 않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리기도 하죠.

이달 초 열렸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였다더군요. 전세계 자동차업체에서 최첨단 친환경차를 비롯한 각종 신차를 대거 선보여 관심을 끌었습니다.

내년 초 개최될 디트로이트 모터쇼도 그동안 경기 침체로 행사 참가를 자제하던 업체들이 대거 뛰어들며 또 한 번의 '자동차 축제'를 기대하게 합니다.


그런데 오는 10월 24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41회 도쿄모터쇼'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일본 내 자동차업체를 제외한 전세계 대다수 자동차업체들이 '불참 선언'을 한 겁니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은 이와 관련해 "해외 업체들이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행사 주최측에 연달아 불참 의사를 통보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현지에서는 "도요타, 닛산 등 일본 국내 자동차업체 8곳을 중심으로 하는 '국내 쇼'의 이미지가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일본자동차공업협회의 아오키 아키라 혼다자동차 회장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몹시 유감이지만, 도쿄모터쇼는 자동차 선진 기술을 세계에 알리는 장소이며 그 중요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요. 도쿄모터쇼에 참가하는 사실상 유일한 해외 대형 완성차업체였던 한국의 현대자동차마저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사실상 '결정타'로 여겨집니다.

이 모터쇼를 주관하는 일본자동차공업협회 측은 30일 "현대차가 지난 주 전화를 통해 참가 철회 의사를 밝혀왔다"고 전했습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해외 주요 업체들이 대거 불참하고 있어 고심 끝에 참가를 철회하게 됐다"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주최 측에서 우편으로 보내온 행사 일정표를 보니 눈에 띄는 외산 완성차 브랜드는 영국의 로터스, 독일의 알피나 정도네요.

업체들의 실질적인 불참 이유는 일본 자동차 시장 축소에 따른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탈리아 페라리가 밝힌 이유는 더욱 처참하게 받아들여 질 것 같습니다. 경쟁업체인 포르쉐. 마세라티 등 고급브랜드가 불참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페라리만 출품할 경우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라네요.

반면 같은 아시아지역에서 열리는 중국 상하이모터쇼의 경우 그 규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열린 상하이모터쇼는 축구장 30개는 될 법한 넓이의 전시면적에 25개국 1500여개 자동차 관련업체가 참가했다네요.

지난 1954년 1회를 시작으로 개최되는 도쿄모터쇼는 올해로 41회를 맞는 유서 깊은 행사입니다.

일본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맞아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드는 것 같다는 생각은 너무 이른 판단일까요.

2011년 대한민국에서 열릴 서울모터쇼의 모습은 어떻게 변하게 될 지 기대됩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블로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