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ㆍ獨, 대폭 감세로 '투자의욕' 살린다
유럽 대륙의 두 거인 프랑스와 독일이 경제위기 탈출의 근본 대응책으로 적극적인 친기업 감세 정책을 추진하고 나섰다. 프랑스는 2010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감세안을 내놨으며 독일도 조만간 법인세와 소득세,상속세 등을 낮출 방침이다.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 "프랑스 정부가 연 100억유로(약 17조3000억원) 규모의 감세 정책으로 기업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세제 개편안은 기업들에 큰 부담을 지우며 제조업 투자와 경쟁력 약화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일부 세금을 폐지키로 했다. 지방 기업의 고정투자에 과세하는 '탁스 프로페시오넬(taxe professionnelle · 직업세)'이라는 세금은 그동안 제조업체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일부 기업들은 탁스 프로페시오넬 때문에 아예 신규 투자를 포기하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 세금을 폐지,연간 100억유로가량의 기업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프랑수아 피용 프랑스 총리는 "이는 경쟁력 회복 충격요법"이라며 "경제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산업계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감세로 줄어드는 세수는 탄소세 도입과 공공 부문에서 3만3000여명을 구조조정해 상쇄한다는 방침이다. 프랑스는 지난 7월에도 음식점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를 19.6%에서 5.5%로 낮추는 등 지속적으로 감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에서도 감세 정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최근 총선에서 부상한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FDP)이 적극적으로 세금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최근 과거 좌파 사회민주당과의 대연정 당시에는 실시하지 못했던 친기업적 세금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집권 기독교민주당(CDU)의 연정 파트너인 자민당은 소득에 따라 각각 14%,24%,42%인 세율을 10%,25%,35%로 낮추자는 입장이다. 기민당도 최저소득세율을 12%로 낮추자며 감세 기조에 찬성하고 있어 조만간 구체적인 세금 인하안이 나올 전망이다.

한편 최근 '은행 비밀주의'를 포기하며 위기에 몰린 스위스는 낮은 세금을 무기로 다국적 기업과 헤지펀드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독립적으로 세율을 정할 수 있는 스위스 칸톤(주 · 州) 중 상당수가 투자유치를 위해 세율을 인하하며 맥도날드와 크래프트 야후 닛산 등의 유럽 본사를 유치했다. 26개 칸톤 소재 기업들의 법인세율(연방세율 포함)은 평균 10.8~24%이지만 옵발덴주 같은 경우는 6%에 그치는 등 10개 주가 이미 세율을 낮춘 상태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