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문화예술특강이 진행 중인 이화여대 ECC 건물 142호 강의실.200여명의 학생들이 할아버지뻘의 강사가 풀어내는 이야기에 빠져있다. "한 마을 사람들이 함께 트럭을 타고 가다 산속에서 호랑이를 만났습니다. 호랑이가 길을 비켜주지 않자 사람들은 가장 어린 소년을 호식(虎食)으로 던져주고 길을 떠납니다. 이후 호랑이에게서 도망친 소년이 발견한 것은 절벽 아래로 떨어져 박살난 트럭이었습니다. "

이날 이야기로 학생들의 마음을 뺏은 '할아버지'는 4년 만에 다시 대학 강단에 선 김주영 작가(70)였다. 조선후기 '길 위의 상인'들의 삶과 애환을 담은 대하소설 '객주'로 한국문학의 한 획을 그은 김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에 학생들은 시간이 갈수록 깊이 빠져들었다.

'상상력의 힘'이란 주제로 강의에 나선 김 작가는 이야기를 이었다. "죽을 줄 알았던 소년은 살아나고,살아났다고 안도한 사람들은 다 죽게 됐죠.사람의 운명을 포함해 인생에서 결정돼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여기에서 상상력의 힘이 나옵니다. "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들에게 그는 "상상력의 힘은 많이 배웠다고,부자라고,두꺼운 책을 가졌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며 "언제나 열린 사람이 돼라"고 조언했다.

강의가 끝나자 학생들은 큰 박수로 김 작가의 이야기에 보답했다. 이화여대는 앞으로 매주 한 차례씩 문학 등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의 리더를 초청해 학생들에게 문화예술 분야 교양과 차세대 리더로서의 자질을 가르친다는 계획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