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신형 쏘나타와 폭스바겐의 신형 골프는 다른 듯 닮았다. 2000㏄급인 두 차량은 이달에 나란히 세대교체를 했다. 그것도 똑같이 6세대로 진화했다.

둘다 월드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1974년 첫 출시된 골프가 2600만대,1985년 선보인 쏘나타가 460만대 팔렸다. 독일과 한국을 각각 대표하는 대중 모델인 셈이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참 다르다. 쏘나타는 패밀리 세단,골프는 정통 해치백(트렁크 쪽에 위로 여는 문을 단 승용차)이어서다. 두 차량을 꼼꼼하게 뜯어봤다.

◆쏘나타가 편의장치 · 가격 앞서

승차감과 정숙성 면에서 신형 쏘나타가 앞선다. 기본적으로 휘발유 엔진을 쓰는 데다 차고가 낮은 쿠페형 세단이기 때문이다. 쏘나타의 실내 공간은 무척 넓은 편이다. 앞 · 뒤 바퀴 간 거리(축거)가 2795㎜로,골프(2575㎜)보다 220㎜ 길다. 트렁크 용량에서도 차이가 난다. 쏘나타엔 463ℓ의 짐을 실을 수 있다. 골프백 4개를 싣고도 남는다. 반면 골프 트렁크엔 350ℓ만 적재할 수 있다.

탑승객을 배려한 각종 편의장치는 쏘나타의 가장 큰 장점이다. 운전자세에 맞도록 조정해 놓은 시트의 위치를 최대 2명까지 기억했다가 재현하는 운전석 메모리시트를 넣었다. 패들시프트(운전대에서 손을 떼지 않고 변속 제어를 가능하게 만든 장치)와 버튼시동 스마트키,3단형 파노라마 선루프,와이퍼 결빙방지 장치,하이패스 시스템 등이 골프에는 없는 편의사양들이다. 차선 변경 때 방향지시등 레버를 한번 터치하면 지시등이 3번 점멸하는 기능도 갖췄다.

특히 쏘나타엔 다양한 세부모델이 있어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다. 불필요한 사양 대신 가격을 낮출 수도 있다. 반면 골프의 세부모델은 한 가지 뿐이다. 신형 쏘나타 가격은 2130만~2820만원(자동변속기 기준)이다. 골프의 3390만원보다 570만~1260만원 싸다.

사후관리 측면에서도 쏘나타가 유리하다. 현대차가 국내 최대의 서비스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서다. 부품 교체비용이 저렴한 것은 물론이다.

◆유지비 · 안전성은 골프가 우위

6세대 골프의 최대 매력은 쏘나타와 같은 동급 모델이 따라올 수 없는 연비다. ℓ당 17.9㎞의 독보적인 수준이다. TDI(경유) 엔진과 6단 DSG 변속기 덕분이다. 반면 쏘나타 연비는 종전 세대보다 향상됐어도 ℓ당 12.8㎞에 그친다.

게다가 골프는 국내에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경유를 연료로 쓰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비교해봐도 골프가 더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골프는 힘도 세다. 2000rpm(분당 엔진회전수) 안팎의 실용적인 엔진 회전영역에서 최대 토크 32.6㎏ · m의 힘을 발휘한다. 이에 비해 쏘나타의 최대 토크는 20.2㎏ · m(4600rpm) 수준이다.

골프가 93㎏ 가볍다는 점에서 실제 주행 중 느낄 수 있는 동력 성능 차이는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골프의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9.3초로,쏘나타(10.9초)보다 1.6초 앞선다.

현대차가 쏘나타에 차체자세제어장치(VDC)를 기본 장착하는 등 안전성에 신경을 썼지만,신형 골프 수준을 넘기는 어렵다. 폭스바겐은 차체 강성을 위해 70m에 달하는 레이저 용접방식을 채택했고 운전석 무릎보호 에어백 등 총 7개의 에어백을 탑재했다. 능동형 머리받침과 네 방향 물체감지 시스템(파크 파일럿)도 넣었다.

골프엔 후진 일렬주차를 도와주는 자동주차 보조장치(파크 어시스트)도 있다. 앞뒤 차량 간 공간이 1.1m밖에 안돼도 '알아서' 안전하게 주차해 준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