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공식 문자로 채택, 한글에 대한 국민적인 자부심과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올해 한글주간은 한글의 가치와 의미를 조명하는 행사가 유난히 풍성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국어원, 한글학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외솔회, 한글문화연대,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 등 기관 및 단체와 함께 한글 주간인 내달 6-12일 '한글, 세상을 담는 아름다운 그릇'이라는 주제에 맞춰 전시, 학술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를 연다고 1일 밝혔다.

◇한글 공간전
8-11일 훈민정음의 산실인 경복궁 홍례문 앞마당에 대나무와 반투명 풍선 등으로 마련된 특별 전시공간에서 열린다.

한글의 조형성을 새롭게 해석한 설치, 미디어아트 작품전과 일반인들의 한글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손수제작물(UCC) 상영, 옛 한글 편지 전시 등으로 꾸며지며 소설가 조정래, 시인 김초혜, 정호승, MBC 아나운서 최재혁, 캘리그래퍼 강병인 씨 등 명사를 초청해 강연회나 시낭송회 등도 진행한다.

전시되는 옛 편지는 홍문관 교리를 지낸 이장익(1806-1879)이 1846년 한장의 편지지에 어머니에게는 한글로, 아버지에게는 한문으로 쓴 편지를 비롯해 옛 선인들이 친정 엄마에게, 군역을 간 아들에게, 사랑하는 아내에게 애틋한 사연을 담아 쓴 30여점이 전시된다.

◇제1회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
외국인을 상대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세종학당이나 한글학교, 외국대학의 한국어 교수, 다문화가정지원센터의 한국어 강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 세계에 한국어를 보급하는 한국어 교육자 300여명이 63개국에서 참여한 가운데 7-9일 올림픽파크텔에서 진행된다.

캐나다에서 '숲속의 한국어 마을'을 운영하는 현지 UBC대학의 로스 킹 교수,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등의 강연과 분임 토의, 한국어 보급기관으로 단일 브랜드화할 예정인 `세종학당'의 운영 방향 설명회 등을 열며 행사장은 한글 자음 모양의 전시관과 북카페 형태의 교재 전시 등으로 꾸며진다.

한국어 교육자와 정부 부처, 교육기관 간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한국어보급 정책을 체계화하려는 의지도 담은 행사다.

◇작은 변화를 준 제565돌 한글날 경축식
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올해 한글날 경축식은 연출가 김석만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가 총연출을 맡아 조선 세종조의 최고 잔치였던 회례연(會禮宴) 양식을 일부 원용하는 등 예술적인 형식이 가미된다.

국립국악원의 무용단, 정악단, 정가단이 의례 진행, 음악 등을 맡으며 한국어 보급 통합 브랜드가 될 '세종학당'의 상징 도안과 원격학습 시스템인 '누리-세종학당'도 첫선을 보인다.

유네스코가 한국 정부의 후원으로 1989년 제정, 모국어 발전 및 보급에 기여한 개인 및 단체에 수여해온 '세종대왕 문해상'의 올해 수상자인 인도의 여성 교육단체 '니란타르(Nirantar)'의 슈발락쉬미 난디(30)씨 등 10여명의 역대 수상자와 심사위원이 초대를 받아 참석한다.

한글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에 대한 훈포장 수여식과 세종대왕의 정신과 위업을 계승해 민족문화를 발전시키는데 이바지한 개인 및 단체에 주는 '세종문화상' 시상식도 함께 열린다.

◇집현전 옛터에서 한글 학술대회..수정전 개방
집현전의 옛터인 경복궁 수정전에서는 9-10일 한글 학술대회를 열고 초창기의 한글학자인 주시경, 김두봉, 이극로, 최현배 등의 업적, 한글의 기계화 및 정보화, 한글의 디자인 등 여러 주제를 다룬다.

수정전은 그동안 출입이 통제돼온 곳이나 9일부터 일반인 출입이 허용된다.

수정전에서 열리는 만큼 학술대회 참석자들은 방석을 깔고 앉게 된다.

◇전국 곳곳에서 한글 행사
외솔회는 10일 경복궁 근정전에서 토박이말 글쓰기 대회를 열고 한글학회는 9-11일 휴대전화 단문 글짓기 대회인 '제5회 휴대전화 쪽글 자랑한마당'을 진행한다.

연세대는 한국어학당 창립 50주년 기념 한글백일장 시상식을 9일 교내에서 개최하고 한글문화연대는 경기 여주 영릉 등을 답사하는 '청소년과 함께하는 한글문화기행'을 운영한다.

이밖에 전주 한옥마을에서는 6-11일 문헌 속의 한글 판본체를 전시하는 '목판으로 만나는 한글문화유산', 서울 홍대 상상마당에서는 5-22일 '한글간판전', 제주문예회관 대극장에서는 9일 '제3회 전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각각 열리는 등 풍성한 한글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진행된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ev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