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아 찾아간 조상 묘가 사라진 경우가 적지 않다. L모씨(41 · 강원도 원주시)는 지난 18일 성묘에 나섰다가 공동묘지 내 부친 산소가 사라진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P모씨(55 · 광주광역시)도 지난달 20일 벌초를 하기 위해 할머니 산소를 찾았다가 봉분이 없어진 사실을 발견하고 경찰서를 찾았다.

남의 묘를 임의 개장한 사람들은 어떤 처벌을 받을까. 내 땅에 있는 조상 묘를 누군가가 파헤쳤다면 범인을 민 ·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 있다. 형사적으로는 분묘발굴죄가 적용돼 징역 5년 이하의 처벌을 받는다. 민사적으로는 물권침해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은 남의 땅에 자리잡고 있는 조상 묘다. 이 경우엔 조상 묘가 '분묘기지권'을 가지고 있느냐 여부가 중요하다. 분묘기지권이란 타인 소유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사람이 분묘와 주변의 일정부분 토지를 사용할 수있는 권리다.

분묘기지권은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얻어 분묘를 설치한 경우 △소유자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뒤 20년간 평온 · 공연하게 분묘를 점유하고 있는 경우 △내 땅에 분묘를 설치한 뒤 분묘를 따로 이장한다는 특약 없이 땅을 처분하거나 소유권을 유보한 경우 등에 취득한다. 분묘기지권은 분묘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한 유지된다. 다만 존속기간을 약정한 경우는 그 기간 동안만 존속된다.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의 최광석 변호사는 "분묘기지권이 성립하는 묘지라면 땅 주인이 함부로 이장할 수 없고,분묘 수호자는 땅 주인의 이장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동의 없이 훼손한 사람에겐 민 ·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분묘기지권이 성립하지 않는 묘지는 땅 주인이 이장할 수 있다. 연고자가 있으면 문서로 개장을 통보해야 하고,연고자가 없으면 시 ·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공고를 거친 뒤 이장한다.

법무법인 청진의 안진영 변호사는 "무연고 묘라도 법적 조치 없이 무단 개장하면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는다"고 말했다.

도로 건설,신도시 건설 등 공익목적으로 조상 묘를 수용당하는 경우엔 분묘기지권 성립 여부와 상관없이 이장에 응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 경우엔 감정평가를 통해 250만~300만원 정도의 보상금을 받는다.

조성근/서보미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