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취업문이 올해 더욱 좁아졌다. 상당수 공기업들이 공채에 나서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업준비생들에게 공기업은 여전히 '인기 0순위'직장 중 한 곳이다. 어떻게 하면 이 좁은 취업문을 열 수 있을까.

'공기업 취업 전도사'로 꼽히는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서울 마포을)은 최근 노하우를 모아 '공기업 완전정복'이라는 취업지침서를 내놨다. 이 책에는 강 의원이 직접 10여개의 공기업을 발로 뛰며 인사담당자와 신입사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남긴 기록이 담겨 있다.

앞서 강 의원은 지난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2009년 공기업 취업특강'을 개최해 수십명의 공기업 취업 희망자들에게 인턴 기회를 부여하기도 했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30일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강 의원을 만나 공기업 취업의 비밀을 들어봤다.

취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는지.

"사실 사기업은 전국 대학교를 돌아다니면서 취업설명회도 하고 이미 정보가 충분한 상황이다. 하지만 공기업은 적극적으로 취업 설명회를 하지 않는다. 또한 공기업은 사기업과 다르게 필기시험을 보는데 이와 관련된 정보는 특정 학교에서 '족보'처럼 이어지면서 대부분 사람들은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없었다. 실제로 선배로부터 입사 정보를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가 결정적으로 당락을 결정하는 경우도 많았다. 특정 사람들만 정보를 공유하는 경향을 바꿔보고 싶었다. 지금까지 공기업 취업 관련 책자라고 해봤자 기본서만 있지 문제가 어떻게 나오는지는 알 수 없다. "

공기업을 신의 직장이라고 말하는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강 의원이 실제로 방문한 공기업은 어떤 모습이었나?

"공기업을 13군데 쯤 다녀왔다. KT,한화등 다소 성격이 다른 사기업도 다녀오면서 공기업과 사기업을 비교하는 계기도 됐다. 사장부터 신입사원까지 5시간 동안 만나봤지만 공기업과 사기업에 큰 차이가 없었다. 공기업도 기업이고 기업 정신이 없는 것도 아니다. 기업의 주인이 정부인가,개인인가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공기업도 CEO가 경영하고 직원들도 매우 진취적이다. 공기업도 경쟁이 도입돼 예전에는 그냥 있어도 놀고 먹을 수 있다는 의식이 팽배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한국석유공사 가스공사 수자원공사 광물자원공사 등은 세계와 경쟁하고 있어 국내에서 경쟁자가 있냐 없냐는 별로 의미가 없어졌다. 한국전력도 요즘은 전력사업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석유나 가스와 같이 다른 에너지와 경쟁하는 형태다. 하지만 공기업은 기업 자체가 너무 개방돼 있어 조그만 실수가 침소봉대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

책을 보면 CEO 파워 인터뷰,인사담당자가 말하는 합격 노하우 등 여러 가지 섹션이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어디인가?

"다급한 경우라면 인사 담당자가 말하는 합격 노하우를 먼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입사에 가장 중요한 것을 뭐라해도 출제자의 의도다. 뒷부분에 나와 있는 실제 합격자의 논술 작성 답안,자기소개서,PT면접,면접 채점표 등도 다른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자료다. 본인이 수험생이라면 딱 보고 느낄 것이다. 그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파워인터뷰나 신입사원인터뷰는 어떤 사람들이 입사하는지 스타일나 느낌을 보여주려고 재미있게 구성한 부분이다. "

▼책을 만들면서 디자인 등 외형적으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사실 색깔이 노란색이라 유치할 수 있지만 의도적으로 노란색을 썼다. 최종목표는 취업생들이 공기업 취업하면 "아! 그 노란책"하고 바로 떠오르게 하는 것이다. 판형도 일부러 크게 해서 어디에 꽂아 놓아도 튀게 만들었다. "

공기업 취업과 관련한 여러 정보 중 가장 핵심적인 정보를 공개한다면.

"사실 우리는 공기업이 모두 신의 직장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름의 서열이 존재한다. 공기업 사이에서도 최고로 치는 것이 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은 정말 콧대가 높다. 거의 공갈협박으로 싸우다시피해 받아온 자료다. 산업은행은 다른 곳과는 달리 필기시험으로 영어 에세이를 본다. 하지만 영어 에세이 실제 문제와 실제 답안이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이 가는 인터넷 카페에도 수기조차 올리지 않는다. 그만큼 자존심이 엄청나다. 그런데 이번 책에서는 실제 문제와 답안지를 공개했으니 유용한 고급정보가 될 것이다. "

공기업 취업준비생은 현실과 타협한다는 인상이 강하다. 실제로 만나본 공기업 신입 사원들은 어땠는지.

"사실 어느 공기업이든 법을 전공한 사람들은 고시공부를 하다가 잘 안 되서 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어느 정도는 현실과 타협해서 온 셈이고 그런 성향도 좀 있다. 그런 학생들의 경우 필기는 쉽게 통과하는데 면접이 문제다. 인사담당자가 귀신같이 솎아 낸다. 고시공부를 하면서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공기업 취업을 준비한다면 비전과 목표를 뚜렷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에서 겪어봤기 때문에 면접에서 다 떨어뜨린다. 경영 · 경제학과 출신들이 최고로 치는 기업은 외국계 컨설팅이나 금융회사이고 그 다음이 금융권 공기업이다. 그래서인지 경영 · 경제 쪽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은 도전적이고 진취적이다. 코트라 한국석유공사 한국전력 한국수자원공사 등은 해외로 많이 진출하기 때문에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겠다거나,국제적 감각을 익히겠다는 친구들이 많다. 예전처럼 현실에 안주하고 자리를 지키겠다는 사람은 공기업에서도 살아갈 수 없다. "

공기업 완전정복 2탄을 준비하는 것으로 아는데.

"작년도 그렇고 올해도 정부의 선진화 때문에 거의 신규채용을 안 한다. 하지만 내년에는 채용 시장이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기 때문에 이번에 빠진 한국마사회,한국토지주택공사,건강보험 공항관리공단 등 '공기업 중의 공기업'을 반드시 포함시킬 계획이다. "

구동회 기자/김은실 인턴 kugija@hankyung.com
사진=양윤모 기자 yoonm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