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동물을 기본 구도로 삼는 제 작업은 곰팡이 포자번식 같은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어요.그림으로 글을 쓰고 있는 거지요.”

8일부터 31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필립강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는 중견작가 김영미씨(48)는 “화폭 속 세상은 궁극에는 사람과 동물을 통해 소통의 통로를 구축하는 과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김씨는 황소와 당나귀,올빼미,새 등 토속적인 동물 캐릭터를 의인화해 인간 사회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유화 작품으로 현대적인 ‘신 구상주의 화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지난해 중국 베이징 페이즈 갤러리 전속작가로 발탁되면서 국내외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소통을 위한 형태와 색채의 교직(交織)’.사람들이 황소,당나귀와 올빼미,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고 낙하산을 타는 등 해학미가 뛰어난 ‘동물’시리즈 30여점이 전시된다.

작가는 사람과 동물이라는 이분법 구조 아래 절대적으로 인간이 여타 생명체에 비해 우수하다는 편중된 시각을 배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인간 중심의 극단적 시각보다는 다른 생명체에 대한 존재감에 무게를 둔다는 얘기다.

“인간 본연의 삶 속에 들어간 의식의 성숙 과정을 스토리로 표현해 보고 싶어요.시선들이 속수무책인 제 그림앞에서 관람객들이 인간과 동물의 대화를 들을 수 있다면 더욱 좋구요.”

실제로 그의 작품 ‘응시’는 인간과 동물의 접점을 이야기로 표현한 예다.젊은 시절 고원을 산책하며 느낀 자신의 옛 추억을 소재로 사람과 동물의 교직을 담백하고 솔직하게 포착한 작품이다.화려한 색감과 강렬한 화면 구성으로 역동적인 표현력이 가미돼 마치 그림책을 보는 듯하다.

“색감의 긴장과 이완으로 인간과 동물의 움직임을 묘사하려고 노력했어요.원색적인 색채야말로 소통부재인 현대 사회를 들춰내기 쉽다고 생각했거든요.”

‘소풍’‘독서클럽’ 등 작품에서도 차분히 가라앉은 필법과 원색 계열의 색감이 마치 ‘눈으로 듣는 귀’의 영감을 떠올리는 것 같다. (02)517-901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