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발표된 2010년 예산 · 기금안에서 우리는 정부가 갖고 있는 다양한 정책목표와 고민들을 함께 엿볼 수 있다. '민생안정과 미래도약'이라는 기본방향에서 제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경제위기로 큰 타격을 받은 서민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 경제의 활력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의 기조는 유지하면서도,악화된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세입기반을 확충하는 등의 방안이 동시에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예산운영의 기본방향은 현재 우리 경제 및 재정 상황에 비춰볼 때 적절하고 합리적인 것으로 평가되며,앞으로의 재정운영 과정에서 그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우선 재정건전성과 관련,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올해 재정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5%에 이르며 내년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약 37%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는 등 경제위기 및 MB정부의 감세정책 추진으로 인해 재정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고 비과세 · 감면을 축소하는 등 세입기반 확충 등을 통해 내년 재정수지적자는 GDP의 2.9%로 크게 개선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OECD 국가들의 평균 재정수지 적자규모가 올해 GDP의 7.7%에서 내년 8.8%로,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올해 91.6%에서 내년 100.2%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물론 대외경제활동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 건전한 재정을 유지하는 것은 국가신인도를 유지하는데 있어 결정적 요소이며,고령화 사회의 진전과 복지예산 증가 등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들이 상존한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노력한 주요 선진국들의 과거 사례들을 살펴볼 때 가장 중요한 점은 경제상황에 대한 분석과 예측을 바탕으로 중기적 시각에서 정부지출이나 재정수지 등의 재정운용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지켜나갔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에도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는데,재정운용의 탄력성을 확보하면서도 중기적 재정운용목표가 보다 실효성있게 지켜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내년 예산에서 눈여겨 볼 점은 R&D나 복지예산 등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어려운 서민들의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개별사업에 대한 보다 면밀한 분석을 통해 그 타당성을 확보하고 또 예산이 낭비되지 않고 사업성과가 충분히 달성될 수 있도록 세심한 관리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위기 과정에서 위축된 민간의 경제활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보다 가속화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위기극복을 위한 적극적 재정정책은 말 그대로 위기에 대처하는 일시적인 비상대책인 것이며,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활력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기업들의 근로의욕과 소비,저축,투자 등 민간의 제반 경제활동이 활발해져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경제의 재정의존성을 축소하고 민간중심의 경제시스템이 구축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시장시스템을 유지하고 그것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며,동시에 시장경쟁에 참여하기 어려운 소외계층을 보호하고 또 그들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원윤희 < 한국조세연구원장 >